FT "지속적 생산성 향상·위험 감수 정신이 경제 원동력"

"미국 독주,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

세계 선진국 중에서 수년째 미국 경제만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왜 미국 경제만 경쟁국들보다 잘 나갈까'라는 분석 기사에서 미국 경제의 원동력으로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과 실패에 관대한 문화를 꼽았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에 다시 집권하더라도 미국 경제가 독주하는 상황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9년 말 이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1.4% 성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를 기준으로 올해 성장률은 2.8%다. 이에 비해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0.8%에 불과하다.

미국인들이 높아진 물가에 고통을 받고 있긴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미국의 경제적 성과는 다른 선진국의 부러움을 살만한 수준이다.

미국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도 많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유럽보다 덜 받았다. 코로나 팬데믹도 여타 주요 7개국(G7)보다 빠르게 회복했다.

FT는 미국 경제의 강점이 빠른 생산성 향상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속적인 경제적 성과도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08~09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노동 생산성은 30% 증가했다. 유로존과 영국의 3배가 넘는 속도다. 이런 생산성 격차가 10년 넘게 지속되면서 세계 경제 판도가 바뀌고 있다.

일본과 영국 경제는 지난 5년간 3% 성장하는 데 그쳤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저성장과 생활 수준 저하, 공공 재정 압박, 지정학적 영향력 약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영국의 새 노동당 정부는 생산성 악화에서 헤어나기 위해 '쇄신의 10년'을 약속했다.

일본은 IMF로부터 낮은 생산성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유럽연합(EU)의 경우도 경쟁력 약화가 '실존적 도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백악관에 다시 입성하면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경제를 물려받게 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이민자 대량 추방, 부유층에 대한 대규모 감세 등 트럼프 당선인이 추구할 경제 정책이 현재 미국이 자랑하는 장기적 이점을 훼손하고 물가를 다시 올리며 금리도 올릴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앞으로도 홀로 좋을 것이며 다른 나라들이 이를 따라잡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측하는 이들도 많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미국의 기술적 우위에 일부 손상을 줄 수 있지만 크게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배경에는 미국의 지속적인 노동 생산성 향상이 있다.

올해 3분기 미국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2019년 말 팬데믹 이전 때에 비해 8.9%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이 2~2.8% 정도다.

이에 비해 캐나다의 노동 생산성은 지난 16분기 중 14분기 동안 감소했다. 올해 2분기 말에는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1.2% 낮았다.

캐나다뿐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선진국 대부분의 노동 생산성 증가세는 미국보다 낮았다.

유로존의 경우 2007년까지는 5년간 노동 생산성 증가율이 5.3%였지만 이후 2019년까지는 2.6%로 떨어졌고 가장 최근의 5년은 0.8%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런 성장률 차이는 미국이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반면, 다른 국가들은 경제 논리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롬바드 오디에 은행의 새미 차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캐나다 기술 기업가를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 C100을 이끌고 있는 마이클 버는 "미국 투자자들은 기술 분야에서 더 큰 위험을 감수한다. 성공적인 투자는 추가적인 벤처 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업가와 비즈니스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식품업체의 매출을 예측하는 기업을 세운 독일 기업가 저스틴 라우텐은 "독일에서는 이런 기업을 창업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면서 "(독일의)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은 위험을 매우 싫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