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봉사상 최고상 받은 '우간다 꽃동네' 황경순 수녀
"에이즈를 앓고 있는 아이의 상처를 맨손으로 치료하니 현지 신부님이 '위험하다'며 의료용 장갑을 권하시더군요. 하지만 '작은 예수님'들과 같이 먹고 자는데 두려움은 없었죠."
17년 동안 꽃동네 해외분원인 '우간다 꽃동네'를 운영해온 황경순 예수의꽃동네자매회 수녀(73)는 지난 5일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에이즈에 걸린 채 태어났거나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경우를 비롯해 빈곤 아동 70여명과 함께 지내며 돌봐온 공로를 인정받아 '이태석상'도 수상했다.
이날 경기 성남시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본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만난 황경순 수녀는 "가족들과 직접 만든 비누를 판매, 그 수익금을 보내준 수녀님을 비롯해 많은 분의 기도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황경순 수녀가 있는 '사랑의 집'을 포함해 우간다 꽃동네에는 노숙인, 장애인 등 약 280명이 생활하고 있다. 그가 지난 2007년 움바라라 대교구 초청으로 우간다에 첫발을 디뎠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인 셈이다.
당시 폐교를 직접 수리해 임시 거처로 삼은 황경순 수녀는 당뇨 환자인 엄마와 딸 등 네 모녀를 첫 식구로 맞아들였다.
시골 마을을 찾아다니며 비참한 환경에 놓인 에이즈 환아·고아를 데려와 엄마처럼 보살펴 온 그는 산 중턱까지 걸어서 오르내리며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황경순 수녀는 "한번은 1년 반 넘게 비가 안 오는 바람에 한 동네에서 다섯 가족이 가뭄으로 굶어 죽기도 했다"며 "꽃동네 본원의 후원으로 옥수숫가루를 전달받고 행복해하던 주민들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 간 아이들만 150명 이상.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 직장을 갖고 결혼도 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뿌듯한 순간이라고 한다. 일부는 다시 봉사자로 꽃동네에 돌아와 받은 사랑을 되갚고 있다.
황경순 수녀는 자신들도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매일 그날 수입의 절반을 털어 먹을거리를 사 오는 이웃 부부를 보며 "가난한 이들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맞아들이면 나머지는 하느님이 채워주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
약 1천200명에게 학비를 내주고, 50여채의 벽돌집을 지어준 그는 특히 지역민이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하는 등 삶의 질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난 황경순 수녀에게 아프리카는 마치 '운명'과 같은 곳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아이들에 관한 기사를 접하고 '이들을 돕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된 그가 우연히 충북 음성꽃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뒤늦게 수도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고, 50대 중반의 나이에 이역만리 우간다 파견까지 자원했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에이즈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현지 의료 사정은 열악하기만 하다.
황 수녀는 "교통비가 없어 병원 문턱조차 밟아보지 못하거나, 경제적 부담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고통스러웠다"며 "이렇게 큰 상을 받으니 먼저 세상을 떠난 우리 아이들이 생각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앞으로의 여생도 우간다에서 보내고 싶다는 그의 꿈은 '꽃동네연수원'처럼 현지인들에게 사랑을 가르치고 배우는 기관을 만드는 것. 자라나는 꿈나무들을 위한 IT 교육용 장비도 꼭 갖췄으면 좋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선 기자 sunny1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