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태 이후 주요 언론들 집중 조명]

반란진압법 악용하면 대통령이 군 동원 가능

트럼프 1기 때 시도했다 국방장관 항명으로 무산

대선 후 의사당 폭동사태 '쿠데타 빌미' 장성들 우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세계가 충격을 받은 가운데 미국에서도 한국과 같은 계엄 선포가 가능한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1월 20일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공연히 군 동원 발언을 해온 것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는 3일 '대한민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다. 미국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헌법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권한이 없지만, 시민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 특정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주지사는 주에 계엄령을 선포할 권한이 있지만, 대통령은 그럴 권한이 없다. 다만 '하베아스 코퍼스(habeas corpus·인신보호청원)'를 중지해 시민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 하베아스 코퍼스란 구금된 이들이 자신의 구금이 합법적으로 이뤄졌는지를 법원에 물을 수 있는 권리다. 이를 제한하면 정부는 체포의 정당성을 설명할 필요가 없어진다.
미국 헌법은 하베아스 코퍼스를 중단하기 위한 조건으로 '반란이나 침략 시기 등 공공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에선 2001년 9·11테러 이후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들에 대한 하베아스 코퍼스를 중단한 적이 있다.
또 대통령은 폭동진압법(Insurrection Act)을 발동할 수도 있다. 이 법은 폭동이나 반란이 발생할 경우 주지사 요청 없이도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연방군을 투입할 수 있는 권한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2020년 미네소타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뒤 시위가 거세지자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군을 투입하려고 했었다.
당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시위 진압을 위한 군 투입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트럼프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군 투입은 무산됐다. 에스퍼 국방장관의 항명에 격노한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해임하려고 했으나 11월 대선을 앞두고 국방장관을 해임하면 행정부가 곤란에 빠질 수 있다는 참모들의 만류에 트럼프는 일단 그를 잔류시켰으나 대선 다음날 에스퍼 국방장관을 해임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지난 10월 의회전문매체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시민들을 상대로 방위군의 군사력을 사용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물론 그렇게 본다"며 시민을 상대로 군사력을 사용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2020년 여름 트럼프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이 방위군을 시카고와 포틀랜드, 시애틀 등 여러 도시에 동원하길 원하는 것을 내내 지켜봤다"며 "트럼프가 군사력을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캐럴 레오니그와 필립 러커 워싱턴포스트 기자도 트럼프 1기 마지막 해를 기록한 책 '나 혼자 고칠 수 있어(I Alone Can Fix It)'에서 2020년 11월 대선 후 마크 밀리 합동참모본부 의장 등 최고위 장성들은 패배한 트럼프가 쿠데타를 시도할 것을 우려해 불법적이고, 위험하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지시를 이행하기보단 차례차례 사임하는 방식으로 트럼프를 막기 위한 계획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책에서 밀리 의장은 의사당 폭동이 발생했던 지난 1월6일에 이르기까지 트럼프의 작전 요구를 우려했다며 트럼프가 반란진압법과 군 동원을 들먹이기 위한 핑곗거리로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자신의 참모들에게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내년 의회는 트럼프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공화당이 장악한다"며 "가장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진다면 부적절한 시민권 박탈에 대한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하는 것은 미군의 몫이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4일 먼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위험하고 터무니없는 일이었다고 규정하면서 "미국에서도 계엄이 가능한가?"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프렌치는 이 질문에 "짧게는 아니요, 길게는 그렇다"라며 이는 대통령이 미국 법률의 모호성을 악용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대통령이 한국에 비교할 만한 군정을 선포할 헌법적 권한이 없지만 1807년 제정된 '폭동진압법'이 너무나 형편없이 작성되어서 시민을 향한 군 동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폭동진압법은 미 영토에서 폭동이나 반란이 발생할 경우 주지사의 요청 없이도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연방군을 현장에 투입할 수 있게 하는데 의회의 감독도 없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헌법은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잠재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많은 미국인은 오랫동안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왔다며 하지만 트럼프는 그렇지 않다고 경고하면서 이민자 문제에도 '침략'이라고 선언하고 반란진압법을 적용해 군대를 투입하고 반란진압법은 대통령 통치행위로 법원이 개입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