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22% "한달 수입 렌트비내면 끝"
렌트비 위해 부업하는 세입자도 20%
치솟은 렌트비가 세입자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절반 가까운 세입자들이 한 달 번 수입을 모두 렌트비로 쓰거나 렌트비를 벌기 위해 투잡을 뛰고 있어서다. 신규 주택 공급이 최선의 방책이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은 데다 장기간의 인플레이션으로 생활 물가마저 오른 상태에서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렌트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세입자들의 삶은 점점 팍팍해져가고 있다.
최근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이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입자의 22%는 한 달 수입을 모두 렌트비를 내는 데 사용했다고 답했다. 또 20%의 세입자는 렌트비를 감당하기 위해 부업에 나서고 있다고 응답했다. 44%에 해당하는 세입자들이 렌트비 부담에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입으론 모자라 렌트비를 내기 위해 은퇴 자금에 손을 대는 세입자도 있다. 세입자 중 13%는 렌트비를 내기 위해 은퇴 자금에서 돈을 인출하기도 했으며 12%의 세입자는 은퇴 불입금을 줄여서 렌트비에 충당하고 있다고 답했다.
부동산 전문업체 렌트닷컴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으로 전국 중위 렌트비는 1619달러로 전달에 비해 0.2% 상승에 그쳤으나 팬데믹 이전 시기인 1400달러에 비해선 219달러나 상승한 상태다.
렌트비는 팬데믹 시기에 천정부지로 급등했다. 여기에 2년 넘게 지속된 인플레이션으로 각종 생활 물가마저 상승했지만 실질 수입은 줄어들면서 높은 렌트비는 세입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상적으로 말하면 렌트비 부담이 세입자 수입의 30%를 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이제 수입 전체를 렌트비로 쓰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주택을 구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없다. 주택 가격이 40만달러나 상승한 데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높아 세입자들에겐 내 집 마련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된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데는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고질적인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으로 아파트와 콘도 등 다세대 주택 건설은 전년에 비해 29.3%나 급감했다. 현재 건설 중인 아파트의 유닛은 총 82만1000유닛으로 지난 2022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택건설업계가 주택 건설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높은 금리에 인건비와 각종 건설자재 비용이 크게 증가한 탓이다.
다만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현실화되면 주택 건설에 따른 각종 금리도 낮아지면서 신규 주택 건설이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관련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