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이후 2년여만에 최고치
송금 받는 유학생·주재원에도 불똥

USC에서 석사과정을 하고 있는 한인 김모씨는 속이 타들어간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촉발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불발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서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한국에서 송금 받는 유학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씨는 "내년 봄학기 학비도 그렇지만 생활비도 치솟은 환율 때문에 크게 줄어들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비단 유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LA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직원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파견된 주재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지자체 사무소장은 "한국에서 보내주는 한화 월급과 운영 경비는 그대로인데 환율 상승분만큼 월급과 경비가 줄어들었다"며 "월급도 월급이지만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자긍심이 있었는데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실패로 촉발된 여파가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불안정으로 LA의 한인 유학생과 주재원들의 환율 고통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의 반헌법적 계엄선포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한인 유학생과 주재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셈이다.
9일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17.8원 오른 1437원을 나타냈다. 주간 기준으로 이날 종가는 2022년 10월24일 1439.7원 이후 2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원화 가치 하락은 지난주 윤 대통령 탄핵 불발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가 한국 경제 전반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국회 탄핵안 재추진과 각종 수사 상황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은 없어 불안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이러는 사이 유학생 커뮤니티에는 환율 상승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을 걱정하거나 토로하는 글들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일부 학생은 조기 귀국을 생각하거나 생활비가 부족해 아르바이트를 늘렸다는 글도 있다. 1학년으로 유학 중인 한인 대학생 이모씨는 "부모님 부담을 덜어들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용돈 벌이에 불과해 마음이 무겁다"며 "환율이 계속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 내년엔 귀국해 입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썼다.
한 지자체 사무소장은 "월급은 그렇다고 해도 LA 물가도 많이 오른 상황에서 경비마저 줄어들다 보니 운영에 애로 사항이 많다"며 "내년 사업계획에 따른 예상 경비를 어느 수준에서 건의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