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 무시하고 이지메 분위기"…'영남당 한계' 해석도

의총 녹취 유출 등 갈등 고조…"朴탄핵 때도 이러진 않아" 우려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내부 갈등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물색하며 당 위기 수습에 주력하는 모습이지만, 그런 와중에도 물밑에서는 탄핵 찬반을 둘러싼 내부 균열이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힌 일부 초재선·소장파 의원들에 대한 압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김상욱 의원은 20일 CBS 라디오에서 "당내에서 요즘 색출이라는 단어가 너무 자주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여기도 저기도 낄 수 없는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며 "당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탄핵안 가결 직후 열린) 의총장에 저는 갈 수 없었다"라고도 밝혔다.

울산 남구갑을 지역구로 둔 김 의원은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당내 찬성투표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고, 지난 12일 CBS라디오에서 "솔직히 말하면 살해 협박도 많고 왕따도 심하다"고 밝힌 바 있다.

조경태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김 의원을 향한 이 같은 당 안팎의 압박에 대해 "적반하장이다. 계엄을 막은 정치인에게 그런 식으로 막말하거나 위협을 가한다면 민주 공화정에 살 자격이 없다"며 성토했다.

실제로 탄핵안 가결 이후 의원들의 SNS 단체 대화방에서는 탄핵 반대 여론을 대변하는 이른바 '강성 친윤(친윤석열)' 성향 의원들 일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체대화방에는 최근 이른바 '당원 게시판 사태'에 대한 당무감사, 총선 백서 관련 조사 등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한동훈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를 향한 압박으로 해석됐다.

탄핵안 가결 이튿날에는 한 의원이 "이제 지켜야 할 108명이란 숫자는 의미가 없어졌다. 90명이라도 똘똘 뭉쳐 새로운 희망의 작은 불씨라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 친한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악수를 무시한다거나 배신자로 몰아가며 이지메(왕따)를 하는, 그런 분위기가 있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영남권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힘의 지역적 한계가 원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2대 국회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90명 중 59명이 영남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수도권은 18명에 불과하다.

친한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CBS 라디오에서 "80명이든 90명이든 배신자들 다 몰아내고 우리끼리 하자는 얘기의 속내가 무엇이겠나"라며 "당을 이른바 '영남 자민련'으로 축소해 버리고 권력을 잃는 한이 있어도 우리끼리 똘똘 뭉쳐서 '의원 배지'는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친윤 색채가 짙은 원내지도부가 들어서며 원내 친윤계와 친한계 사이 갈등은 더 고조되는 모습이다.

최근 의원들의 SNS 단체 대화방 내용이 연일 전문 형태로 보도되고 있는가 하면, 전날에는 탄핵안 가결 당일 밤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 발언 녹취가 유출되기도 했다.

한 사무처 당직자는 이날 SNS에서 "의총 녹취록 유출은 선을 넘었다.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경선 때도, 박근혜(전 대통령) 탄핵 때도 이러지 않았다"며 "탄핵 정국이라는 위기 상황에서조차 당보다 개인이 우선인가"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조다운 기자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