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독재자 무솔리니 외증손자 프로 데뷔골
홈 팬들 벌떡 일어나 팔 올려 뻗어 경례

이탈리아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1883~1945)의 외증손자가 축구선수로 프로에 데뷔한 후 첫 골을 터뜨렸다. 이 장면은 의도치 않은 논란을 불렀는데, 그가 골망을 흔든 직후 관중들이 단체로 파시스트 경례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축구 리그 세리에 B 팀인 SS 유베 스타비아에서 뛰는 로마노 플로리아니 무솔리니(21)는 22일 체세나 FC와의 홈경기에서 헤딩 골을 기록하며 팀의 1대 0 승리를 이끌었다. 로마노의 골이 터지자 경기장은 환호로 가득 찼다. 홈 관중들은 "무솔리니"를 연호했다. 문제의 장면은 바로 이때 나왔다. 기쁨의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관중들이 단체로 파시스트 경례를 하며 로마노의 골을 축하한 것이다.
손바닥을 아래로 한 채 팔을 비스듬히 올려 뻗는 이 동작은 무솔리니가 통치하던 시절 쓰이던 경례 방식으로 파시즘(fascism)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무솔리니 통치 아래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이탈리아에선 추축국으로 가담한 과오를 반성하며 파시즘을 찬양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로마노는 무솔리니의 손녀이자 정치인인 알레산드라 무솔리니의 아들이다. 배우 출신인 알레산드라는 전진이탈리아(FI) 정당 소속으로 상원의원과 유럽의회 의원을 지냈다. 그 역시 이날 관중석에서 아들의 경기를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로마노는 핏줄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실력만으로 평가받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한 인터뷰에서는 "항상 편견은 존재하겠지만 내 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며 "이름 때문에 내 커리어가 영향받는다면 정말 실망스러울 것이다. 중요한 건 내가 경기장에서 뭘 보여주는지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