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자 명확히 확인된 200여점 가족 품으로
건강하게 돌아와 행복한 여행의 기억을 재잘재잘 풀어낼 줄 알았건만 품에 안은 건 이젠 아무도 입지 못할 옷뿐이었다.
제주항공 참사 닷새째인 2일 희생자의 유류품을 유가족에게 인도하는 절차가 시작됐다.
한동안 차분했던 무안국제공항은 또 한 번 가족 잃은 슬픔으로 뒤덮였다.
유가족들은 임시 숙소(텐트) 안에 빙 둘러앉아 소중히 쥐고 온 옷을 펼쳐놓았다.
고인의 부재를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네가 와야지, 왜 이렇게 오냐"며 그저 눈물만 흘렸다.
한 유가족은 고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분증을 보며 '아이고 내 새끼' 하며 20여분간 울부짖었다.
유가족은 이날 낮 12시 30분부터 버스를 타고 희생자 유류품이 보관된 공항 차고지로 향했다.
당국은 전달 과정에서 혼선을 막기 위해 직계가족만 유류품을 인수할 수 있도록 했다.
신분증이 없는 유가족들이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하느라 2층에 임시로 설치된 무인 발급기 앞에 긴 줄이 생기기도 했다.
부서진 캐리어에는 방콕 여행 기념품으로 보이는 유리병이 포장이 뜯기지도 않은 채 담겨있었다.
가족들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캐리어 안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꺼냈고, 주변에 있던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은 벅찬 슬픔에 눈을 질끈 감았다.
유류품 인수는 소유자가 명확하게 확인된 물품 200여점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희생자들이 사고기 탑승 전 공항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을 유족에게 반환하는 절차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현장에서 수습한 유류품의 정확한 개수는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수사에 필요한 물품을 제외한 나머지를 유가족에게 인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무안=연합뉴스) 나보배 황수빈 이성민 기자 war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