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같은 부서에 남 직무대행 중복 임명, 상징성 빛바래
[바티칸]
"보여주기" 비판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역사상 첫 여성 장관을 임명했지만, 같은 부서에 남성 장관 직무대행도 함께 임명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교황은 6일 이탈리아 출신인 시모나 브람빌라(59) 수녀를 교황청 봉헌생활회와 사도생활단부(약칭 수도회부) 장관으로 임명해 가톨릭교회 내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번 임명은 교황청 역사상 첫 여성 장관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수도회부는 전 세계 수도회와 재속회, 사도생활단에 관한 업무를 담당한다.
그러나 교황은 동시에 스페인 출신 앙헬 페르난데스 아르티메 추기경을 같은 부서의 장관 직무대행(pro-prefect)으로 임명해 이번 인사의 상징성이 다소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이 책임과 역할을 어떻게 분담할지는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가톨릭 교계 안팎에서는 '한 지붕 두 장관' 체제로 인해 브람빌라 수녀의 실질 권한이 축소될 것으로 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교회 역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루체타 스카라피아는 "여성 장관 임명은 대단한 뉴스지만 그 옆에 누군가가 배치된 상황을 보면 마치 통제할 수 있는 관리인을 지정한 것 같다"며 "이번 임명은 단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