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경찰 잘못 쏜 총에 맞은 美시민권자 한인
[뉴스화제]
맹견 제압하려던 경찰관 총알 튕겨 턱 관통
"한국경찰 길에서 총기 사용 예견 쉽지않아"
길가다 봉변 미군 출신, 1심보다 배상 늘어
경찰이 맹견을 잡기 위해 쏜 총에 근처를 지나던 행인이 맞아 다치자 국가가 치료비와 위자료 등 2억여원을 배상하라고 서울고법이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9부(성지용 백숙종 유동균 부장판사)는 최근 미국 국적 A(69)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국가가 A씨에게 2억1천7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1심은 2억800만원 지급 판결했는데, 2심에서 배상액이 더 늘었다.
지난 2020년 3월 경기 평택시에서 맹견인 핏불테리어가 행인과 애완견을 물고 나서 민가에 침입해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테이저건을 발사해 맞췄지만, 핏불테리어는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 도망쳤다.
경찰은 테이저건까지 방전되자 사살을 결정하고 총을 쐈는데, 빗나간 총탄이 바닥에 부딪힌 뒤 튕겨 근처를 지나던 전직 미군 A씨의 우측 턱부위를 관통했다.
재판부는 "사고 현장은 주택 밀집 지역으로 인근에 편의점과 인도, 횡단보도가 있어 사람의 통행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장소"라며 경찰의 총기 오발로 인한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도 전방을 잘 살피며 보행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90%만 인정했다. 그러나 2심은 "보행자 입장에서 민간인 총기 사용이 금지되고 공권력에 의한 총기 사용도 매우 드문 대한민국의 제도적 환경상 경찰관이 인도에서 총기를 사용할 것이란 점을 예견하기 쉽지 않았다고 보인다"며 국가 책임 비율을 95%로 높였다.
총을 쏜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형사 재판도 받았지만 1·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