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이던 비명계, 개헌론 행사 집결…탄핵 정국·이재명 항소심 첫 재판속 정치권 주목
金 "우리도 저들과 똑같은 행태 아닌가"
민주당 자성 촉구, 李 염두 둔 발언 해석
임종석·정세균·김동연등도 잇단 견제구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견제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비명계 구심점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움직임에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김경수 전 지사는 23일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일곱번째LAB 창립기념 심포지엄' 축사에서 "어느 한 사람이나 어느 한 사고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다원주의를 지향하면서 폭력적인 언행을 용납하지 않은 것을 국민께 똑똑히 보여드려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전대미문의 상황에서도 민주당을 포함한 민주개혁 세력이 여론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우리도 똑같은 일방주의, 저들과 똑같은 행태를 보이는 게 아닌가 그런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말로만 민생과 민주, 경제에 집중하고 외친다고 국민들의 마음이 열리진 않을 것"이라며 "더 크고 더 넓은 연대로 국민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독주하는 어느 한 사람'이 누구를 가리킨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정치 전반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답했지만, 당내에선 이 대표를 염두에 둔 발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행사에는 일곱번째나라LAB 대표인 박광온 전 원내대표와 강병원·윤영찬·도종환·고영인·양기대 전 의원 등 전직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대부분 22대 총선에서 낙천한 인사들이다. 당시 비명계 현역들이 공천에서 줄줄이 탈락하면서 ‘비명 횡사’ 논란이 일었다.
지난 총선 공천에서 사실상 축출된 더불어민주당 비명계가 이날 집결한 셈이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에 속도를 내고,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린 상황에서 열린 이날 모임이 주목받는 이유다. 5년 단임 대통령제 탈피를 골자로 개헌을 논의한다는 명분으로 마련됐지만,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세(勢) 결집이란 말이 나왔다.
앞서 비명계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21일 페이스북 글에서 "대화와 타협을 가볍게 여기고 이재명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나"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제1당으로 정국을 책임져 온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이 (지지율에) 반영됐다고 봐야겠다"며 이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최근 지지율에서 고전하는 상황을 지적했다.
개헌론에 거리를 두는 이 대표 및 친명(친이재명)계와 달리, 비명계 인사들은 현재의 5년 단임 대통령중심제 등을 바꾸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는 듯한 모습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행사에서 '제7공화국'이 출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2017년에 탄핵이 인용됐고 그 당시 1천700만 촛불 시민들에 의해서 나라가 바뀌었다"며 "그때 개헌을 성공시키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실점"이라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