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시 용현산업단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현장에서 새벽에 식당 문을 열어 소방대원들을 도운 식당 주인의 선행이 주변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28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8시 40분께 의정부시 용현동 용현산업단지의 한 유리 제조 공장과 침구 제조 공장 사이 공간에서 발생한 불이 강풍을 타면서 빠르게 확산했다.

퇴근 후 집에서 재난 문자를 확인한 김영완(66) 신장식당 사장은 불이 난 곳이 본인의 식당과 가까운 위치임을 확인하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갔다.

김 사장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바람이 남쪽으로 강하게 불고 불이 더 확산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가게와 주변 공장들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 사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람 방향이 북쪽이었다면 우리 가게와 주변 공장들이 위험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고 천운이 따랐다"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불을 끄기 위해 소방대원들과 경찰관 등 너무 많은 분이 힘들게 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 불길이 잦아들자 김 사장은 "뭐라도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위해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식당 문을 열었다. 평소 식당 오픈 시간은 11시30분이었다.

당시 의용소방대가 물을 끓이고 전자레인지를 사용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식당의 조리 시설과 공간을 기꺼이 제공했다.

김 사장은 직접 물을 끓이고 반찬을 꺼내 소방대원들에게 컵라면과 커피 등을 먹을 수 있게 하고 화장실을 개방하는 등 잠시나마 쉴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현장에서 고생하는 소방대원과 경찰관분들께 따뜻한 공간을 제공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의용소방대가 야외에서 음식을 준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제 시설을 쓰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용현산업단지에서 약 25년간 식당을 운영하는 김 사장은 구내식당이 없는 인근 공장 직원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제공해왔다.

의정부소방서 관계자는 "사장님께서 새벽 시간임에도 가게를 열어주셔서 저희가 추위 속에서도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잠시 쉴 수 있었다"며 "복장이 불 냄새와 먼지로 더럽혀졌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화장실까지 내어주셔서 우리에게 큰 힘이 됐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같은 사연은 지역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며 많은 시민의 호응을 얻었다.

시민들은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돈으로 혼내주러 가자"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김 사장의 따뜻한 배려를 칭찬했다.

이번 화재로 인해 공장 건물 3개 동이 전소되고 5개 동이 일부 소실되는 등 9억2천800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경찰과 소방 당국은 합동 감식 등을 진행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의정부=연합뉴스) 심민규 기자 wildboa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