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주의 만연, 개인주의·내집 마련 어려움 때문에 결혼 미루고 애 낳기도 기피
[북한]
80년대 2.53명이던 출산율
2010년대 1.39명으로 급감
배급시스템 붕괴 주택 부족
북한도 내집 장만의 어려움때문에 젊은이들의 결혼·출산 등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급 시스템이 붕괴되고 평양 등 주요 도시에서 주택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신혼부부가 내집을 마련하는 게 어려워지자 결혼을 미루고 출산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북한지역 저출생 발생원인에 대한 실증적 접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9년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3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북한 출산율이 △1980~1989년 2.53명 △1990~1999년 1.88명 △2000~2009년 1.55명을 기록하며 지속된 하락추세가 2010년대에도 이어진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은 저소득국가인데도 출산율은 중상소득 국가와 유사한 특이사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은 1인당 GNI가 4466~1만3845달러인 국가를 중상소득 국가로 규정하는데, 여기에는 중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이 포함돼 있다.
북한의 출산율 1.39명은 같은 기간 아시아를 대표하는 초저출산율 국가인 한국, 대만과도 차이가 없는 수치다. 2010~2019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4명, 대만은 1.10명으로, 북한 출산율과 차이는 0.25~0.29명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에선 1970년대생 북한 여성들의 출산력이 눈에 띄게 낮아지고, 1980년대생 여성들의 출산력 역시 지속 하락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북한 전문가는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1990년 시기와 1970년대생의 결혼 적령기가 겹치면서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여건도 악화됐다”며 “공적 식량배급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불거진 식량문제가 출산율 저하의 주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10년대 들어선 결혼 시기가 늦춰지는 만혼 현상이 만연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여성의 29세까지 누적결혼율은 1960년대생이 93%, 1970년대생이 91%로 90%를 상회했지만, 1980년대생은 이 수치가 82%로 급격하게 낮아졌다.
도시를 중심으로 늘고 있는 북한 젊은이들의 비혼주의는 개인주의 흐름과 주택부족 상황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됐다. 평양은 주택이 전반적으로 부족하고, 지방 도시에선 장마당 인근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평양의 경우 여성들이 결혼비용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결혼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양 직장 여성들은 방직공장과 서비스 부문에 많이 근무하는데, 이들은 결혼을 하느니 현재 생활을 계속 누리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