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헬기 충돌 참사]

"참사 겨우 피하길 밥먹듯" 고질적 관제 부실 도마에…NYT '예견된 사고,원래 위험'

민간 항공사 충돌 직전 사고 1년 동안 300여건
10년새 두배 증가…하루 300만명 美 항공 구멍
"16년 무사망사고, 세계서 가장 안전" 공염불 
항공관제 인력 부족 상황 등 구조적 문제 지적

워싱턴DC 인근 공항에서 64명을 태운 소형 여객기가 군용 헬기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항공 안전망에 구멍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 충돌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미국 민간 항공사가 관련된 위험한 사고 순간이 여러 건 있었다고 보도했다.
NYT가 지난 2023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참사급 위기는 평균적으로 일주일에도 여러 건 발생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기록에 따르면 이런 사고는 주로 공항이나 공항 인근에서 발생했으며 인간의 잘못에 따른 재난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전국적으로 인력 부족 상황에 직면해 있는 항공 교통관제사의 실수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이번 경우 주변에 연방정부와 군사 시설이 밀집한 탓에 비행 통제 구역이 많아 미국에서 가장 복잡한 항공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것도 이번 사고와 무관치 않다.
NYT는 일부 항공 교통관제사들이 항공 안전망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면서 치명적인 사고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오랫동안 표명해왔다고 짚었다.
NYT가 FAA 기록과 조종사와 항공 교통관제사 등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기밀 안전 보고서가 포함된 항공우주국(NASA)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확인됐다.
NASA 기록에 따르면 민간 항공사가 관련된 충돌 직전 사고는 12개월간 300여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두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NYT는 이런 추세가 단순히 보고 건수가 증가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안전 상황이 악화했기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전·현직 항공 교통관제사들이 인터뷰를 통해 긴박한 상황이 너무 자주 발생하고 있어 치명적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해왔다고 전했다.
미국 항공 당국은 하루에 300만명을 수송하는 미국의 항공 시스템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자부하고 있다.
미국의 항공 안전 시스템은 이중 체계로 보호돼왔으며 조종사와 항공 교통관제사도 엄격한 훈련을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2009년 콜건 항공 사고로 50명이 사망한 이후로는 29일까지 민간 항공기 추락으로 인한 사망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NYT는 그러나 16년에 달하는 무사망사고 기록이 조종사와 항공 교통 관제사 등이 항공 안전 시스템에 구멍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하는 것을 가려왔으며, 그 결과 재난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명이 두 명 역할"
충돌 사고 당시 로널드 레이건 공항 관제탑 인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사고 당일 밤 헬리콥터를 담당하는 관제사가 근무 중이었는데 이 사람이 활주로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에도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NYT는 “이런 업무는 일반적으로 한 사람이 아닌 두 명의 관제사에게 할당된다”면서 “한 명이 하게 되면 관제사의 업무량이 늘어나고 일이 복잡해 질 수 있다”고 했다.
레이건 공항의 관제탑에는 자격증을 가진 관제사 19명(2023년 9월 기준)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는 공항 목표 인력의 3분의 1 수준이다. FAA와 관제사 노조는 30명을 요구하고 있다. 

■"테러 가능성 없다"
숀 더피 미 교통부 장관은 두 항공기 모두 표준적인 경로로 비행했다고 밝혔다. 또 연방수사국(FBI)은 테러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관제 부실이 사고 원인으로 부각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바이든 탓"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이전 정부를 향해 사고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 1기(2017∼2021년) 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2009∼2017년 재임) 시절 마련된 항공 안전 인력 채용 기준을 상향했으나 자신의 전임자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채용 기준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렸다고 주장하고 "우리는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항공 안전 부문에) 배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냉수 쇼크, 구조 난항
사고후 필사의 구조작업에 나섰만 포토맥 강물의 낮은 수온때문에 어려움을 키웠다. 당시 워싱턴 DC의 기온이 약 섭씨10도(화씨 50도)에 근접했음에도 불구하고, 포토맥 강의 수온이 약 섭씨 1.7도(화씨 36) 수준이라  강에 빠질 경우 심각한 위험이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이 정도 수온의 물에 갑작스럽게 노출되면 ‘냉수 쇼크’라 불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저체온증으로 15~30분 내에 의식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생존 가능 시간은 대략 30~90분 정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