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충격과 압박'에 '당근과 채찍'으로 응수
[멕시코]
미국의 관세폭탄 위협 맞서 국익 수호
'영리한 트럼프 대처법'에 야당도 칭찬
다음 대상 EU "능숙한 외교 주목 해야"
멕시코의 첫 여성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지지율이 80%에 육박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 위협에 맞서 멕시코의 국익을 지켜냈다는 평가가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대사를 지낸 야당 정치인 호르헤 과하르도는 자신의 SNS에 “전 세계 지도자들이 셰인바움 대통령의 대처 방법을 보게 될 것”이라고 썼다. 셰인바움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승리했다는 취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발효 예정이었던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관세 부과 조치를 전날 극적으로 1달간 유예하기로했다. 두 나라 정부는 그동안 대미 전략을 공유하며, 25% 관세 유예와 철회를 위해 각자 외교적 채널을 풀가동했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목적은 같았지만, 트럼프 접근 방식은 매우 달랐다.
곧 물러나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작년 11월 25일 트럼프 당시 당선인이 25% 관세 부과 의사를 처음 밝히자, 수일 뒤 트럼프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휴양지로 날아가 그와 협상을 했다. 이후 수 차례 협상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자, 지난 1일 밤에는 “미국의 25% 관세 부과에 보복 관세로 맞서겠다”며 미국인들까지 겨냥한 매우 격정적인 대국민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셰인바움 대통령은 끝까지 자국의 ‘보복 조치’나 ‘플랜 B’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의 목적은 상대를 자극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유예를 끌어내는 것뿐이었다.
결국 트럼프는 발효 전날인 3일 아침, 셰인바움 대통령과 “매우 우호적인 통화”(트럼프 표현)를 하고 관세 부과 조치를 연기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이 멕시코가 마약 및 불법이주 외국인 단속을 위해 국경 지역에 군인 1만명을 파견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와 트뤼도 간 대화는 이날 오전에도 합의에 실패했고, 오후 늦게 또다시 통화한 끝에 트럼프는 같은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다음 대상인 유럽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트럼프의 ‘관세 유예’ 조치가 발표된 뒤, 셰인바움의 전략에 감명을 받았다며 “멕시코 대통령은 매우 영리한 정치인이다. 그는 침착하게 행동했다”고 말했다.
작년 6월 대선에서 승리하자마자 정권인수팀을 주도해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에 대비한 셰인바움 대통령은 취임 초기엔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불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멕시코와 캐나다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이민자와 마약을 막지 못했다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자 그는 멕시코에 공장을 가진 미국 기업들의 일자리 4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그러나 한편으론 최대 규모의 펜타닐 압수 작전에 나서는 등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준비도 치밀했다. 지난달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좋고 존중할 것이며 대화가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을 잘 구사한 셈이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대표적인 ‘남성 우월주의 국가’인 멕시코에서 사상 처음으로 탄생한 여성 대통령이자, 유대계 대통령이다. 2018년 멕시코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시장에 당선된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 멕시코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