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관세 부과' 가능하지만 제약 있어

트럼프 1기, 관세 부과에도 무역적자 확대

트럼프 2기, 관세 부과에 '물가·GDP' 부정적 영향 우려

관세 부과로 미국 고용·투자 일부 활성화 효과 기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연일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부과 정책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이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행보로 볼 수 있지만 미국에 반드시 큰 이득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이 거의 매일 주요 매체 헤드라인을 장식하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에서는 "세계 경제 1위 미국이 이럴 필요까지 있나", "관세 부과는 미국과 함께 전 세계가 자폭하는 셈이다", "관세 부과로 미국 경제만 잘 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전 세계 또는 특정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산업에 관세가 부과되는지와 관세율은 얼마인지, 다른 국가들의 대응은 어떤지에 따라 긍정 및 부정적인 효과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각종 매체와 기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이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전망하는 매체와 기관들이 많은 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특정 산업을 보호하고 세수를 증가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 둔화, 고용 감소, 물가 상승, 소비자 부담 증가, 무역 축소, 산업 경쟁력 약화, 투자 감소 등 다양하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요인들은 서로 연관돼있어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복합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 미국 대통령 '관세 부과' 가능하지만 제약 있어

관세란 한 국가가 수입 또는 수출되는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주로 자국 산업의 보호나 국가 재정 확보, 무역 정책을 위해 이용되는 정책 수단이다.

관세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상품에 부과하는 수입 관세와 특정 상품의 해외 유출을 제한하기 위한 수출 관세로 나뉜다. 상품 가격에 일정 비율로 부과하는 종가세와 물량에 따라 일정액을 부과하는 종량세로 구별된다.

관세의 긍정적인 측면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가격 경쟁력을 높여 국내 생산을 장려하고 관련 산업을 보호할 수 있으며, 국내 생산 증가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관세 수입은 정부 재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관세는 수입품 가격 상승을 초래해 소비자의 부담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다른 국가들도 보복 관세를 부과해 미국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세는 글로벌 무역을 위축시켜 전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

관세의 개념은 고대 제국 시대부터 존재했다. 실크로드 시대의 기본적인 무역 부과금에서부터 현재의 복잡한 글로벌 무역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관세는 시대와 함께 진화해왔다.

20세기 들어 관세는 경제 정책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

대공황 시기에 각국은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높은 관세를 부과했지만 이는 오히려 국제 무역을 감소시키고 경제 위기를 심화시켰다. 1947년 관세 무역 일반협정(GATT)의 창설을 계기로 각국이 무역 장벽을 낮추고 글로벌 상거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관세를 통한 무역 전쟁이 벌어지게 됐다.

그렇다면 미국 대통령이 임의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을까. 미국 헌법은 의회에 관세 설정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1930년대부터 의회는 대통령에게 상당한 관세 권한을 위임하기 시작했다.

미국 대통령은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국가 안보, 외교 정책, 또는 경제에 대한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외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1974년에 만든 무역법 101조에 따라 대통령에게 기존 관세율의 최대 60%까지 관세율을 인하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2015년에 제정된 초당적 의회 무역 우선순위 및 책임법(TPA-2015)은 대통령에게 외국과의 무역 협정을 체결하고 미국의 대외 무역을 과도하게 부담시키는 관세나 수입 제한을 줄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에는 제약이 따른다.

미국 대통령은 관세 부과에 대해 의회에 보고해야 하며 의회는 이를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제한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 같은 국제 무역 협정은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일방적인 관세 부과는 다른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보복 관세로 이어질 수 있다.

◇ 트럼프 1기, 관세 부과에도 무역적자 확대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에도 관세를 무기로 'MAGA' 재건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일부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전체적인 무역 불균형 해소와 제조업 부흥이라는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다. 오히려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적자가 증가하면서 전체 무역적자는 커졌다.

2017년과 비교해 2024년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약 20% 줄어든 2천954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중국을 제외한 다른 주요 교역국들과의 무역적자가 급증했다. 유럽연합(EU)과의 무역적자는 50%, 멕시코와 무역적자는 2.3배로 늘었다. 한국, 베트남, 대만과의 무역적자도 각각 3배가량 증가했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정책으로 관세 수입은 늘었지만 무역 불균형은 해소되지 못했다.

2024년 미국 정부의 관세 수입은 2017년 대비 2.2배 증가한 829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의 무역 적자는 2016년 7천350억 달러에서 2020년 9천억 달러 이상으로 23% 증가했다.

중국과의 1단계 무역 협정은 양국 간 구조적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했고, 미국의 중국 상품 수입을 제3국 중개자들에게 전환하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미국 내 중요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와 투자 활성화에 일부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있다.

◇ 트럼프 2기, 관세 부과에 '물가·GDP' 부정적 영향 우려

2025년 1월 취임해 2기 시대를 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은 미국의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신용 평가 회사 S&P 글로벌 레이팅스(Global Ratings)의 분석에 따르면 관세가 올해 유지될 경우 미국 소비자 물가가 일시적으로 50~70bp(1bp=0.0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올해 4분기까지 물가 상승률이 3%에 근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문디 리서치 센터의 시뮬레이션에서도 관세로 인해 소비자 물가가 약 0.3%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관세 부과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의 실질 GDP가 현재 예측보다 0.6%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아문디 리서치 센터의 분석에서는 관세로 인해 경제 성장률이 0.2-0.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의 세금 정책 연구기관 '세금 재단'(Tax Foundation)의 추정에 따르면 20%의 보편적 관세와 60%의 중국 관세를 매긴다는 전제의 시나리오에서 장기적으로 미국의 GDP가 1.3%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이 미국의 제조업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단기적으로는 보호받는 미국의 일부 제조업 분야에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분야에서 일자리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수입 차량에 대한 100% 관세는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해 전기차 보급을 늦추고 운송 부문의 배출량 감소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

'세금 재단'의 분석에 따르면 20%의 보편적 관세와 60%의 중국 관세를 전제한 시나리오에서 미국의 전일제 고용이 110만 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관세 정책이 고용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영국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의 예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무역 가치가 선거 전 예측보다 7%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으로 미국인의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중간 소득 가구의 경우 연간 약 1천700달러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워윅 맥키빈 선임 위원은 보고서에서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 부과 시 트럼프 대통령 임기 4년간 미국의 GDP가 2천억 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의 성장률을 2026∼2029년 매년 0.2%포인트가량 낮추고, 올해 소비자 물가를 0.43%포인트 높이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한국관세무역개발원의 '관세무역연구'에 실린 '미국발 보편관세 적용의 경제적 파급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시나리오별 미국 GDP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이 보편관세를 부과하거나 중국, 캐나다, 멕시코를 상대로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 미국의 GDP가 0.123%에서 0.52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트럼프 관세정책의 배경과 영향' 보고서에서 시나리오에 따라 미국의 무역수지는 1천715억~3천153억 달러 개선되고 교역조건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으나, 실질 GDP는 약 0.12~0.36% 감소하고 특히 소비자물가는 약 1.9~10.4%까지 상승해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이 2026년 중반까지 세계 무역의 상당 부분에 영향을 미칠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이 2026년에 0.8%, 2027년에 1.3% 각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 트럼프 관세 부과에 '고용·투자' 일부 활성화 효과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과 같은 일부 제조업에서는 다른 나라에 대한 관세 부과로 이들 산업의 일자리와 투자가 일부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높은 관세 장벽으로 일부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으로 해외 생산기지를 이전할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미국 내 생산과 고용을 증가할 수도 있다.

관세 부과로 미국 정부의 세수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세금 재단'의 분석에 따르면 예정대로 관세 부과 시 올해부터 2034년까지 미국은 1조1천억 달러의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

미국 경제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여파가 더 클 것으로 보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정책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무역 불균형 해소와 미국 내 산업 보호, 국가 안보 강화, 협상력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큰 그림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많다.

우선 미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캐나다, 멕시코와 무역 적자를 줄이려는 목적이 있다. 관세 부과를 통해 미국 내 제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불법 이민과 펜타닐 유입 등의 문제를 무역 정책과 연계해 해결하려는 목적도 있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높은 관세를 무기로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전략이라는 평가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드러난 미국의 공급망 취약성을 해결하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각종 매체에 소개된 미국 전직 관료와 경제 전문가들의 발언도 참고할만하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미국의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트 칼루트케비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잡고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을 보호하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고 제조업을 부흥시키려는 의도지만 이러한 보호무역 조치는 세계 경제 성장률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로니카 클라크 씨티그룹 경제학자는 "관세 부과의 주요 목적은 미국 내 산업을 보호하고 무역 불균형을 개선하려는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