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관세 폭탄 공포 대형 소비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라 불안감
비상 식량, 화장지, 의료·위생용품, 화장품 등 품목들 불티
'인플레 끝낼 것' 트럼프 말 "못 믿겠다" 소비자들 '패닉 바잉' 

미국인 5명 중 1명이 최근 ‘사재기’에 돌입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조류 인플루엔자 여파로 계란값까지 폭등하면서 소비자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신용카드 정보·연구기관인 크레딧카드닷컴은 18일 발표한 2월 보고서에서, 지난 대선(2024년 11월) 이후 미국 내 소비자 중 22%가 사재기를 이미 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또한 아직 사재기에 나서지 않았지만 “곧 사재기를 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도 20%에 달했다. 반면 52%는 사재기를 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크레딧카드닷컴은 관세 정책이 대형 소비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그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미리 물품을 비축하려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중국 등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이는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이 사재기한 품목으로 비상식량, 화장지, 의료·위생용품, 화장품, 인테리어 제품, 가전 등이 꼽혔다. 이 중 상당수는 보관기간이 길고 가격 변동에 민감해, ‘한 번에 대량 구입’ 형태로 수요가 몰리는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 등에선 “중국산 수입품 관세에 대비하라”며 사전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두라는 ‘꿀팁’ 게시글도 올라왔다.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이 대형 소비재 구매에 미치는 영향을 묻자, 응답자의 22%는 “아주 크게 영향받았다”고, 30%는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여기에 더해 조류 인플루엔자로 인한 계란값 폭등이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 도시 지역에서 12개 들이 A등급 계란 가격이 올 1월 기준 4.9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년 전 최고가(4.82달러)보다도 높은 수준이며, 2023년 8월 저점(2.04달러) 대비로는 배 이상 오른 셈이다.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공급난까지 심화돼 곳곳에서 계란 품귀 현상까지 목격되고 있다.
이번 크레딧카드닷컴 보고서는 미국 소비자 중 20%가 최근 본인의 지출 패턴을 “둠 스펜딩(Doom Spending)”이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이는 불확실한 경제 여건과 물가 상승에 대한 불안 속에서, 되레 소비를 과도하게 하거나 충동적으로 이루는 현상을 가리킨다. 보고서는 “23%의 미국인이 올해 신용카드 부채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재정 건전성 우려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