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꺾이지 않고 관세 등이 성장에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식시장에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물가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는 데다 관세를 포함한 강경한 무역정책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무역전쟁과 보편관세가 미국 성장세에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최근 몇 주간 주식시장의 주요 리스크로 떠올랐다고 21일 보도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침체 속에 물가는 상승하는 현상으로, 1970년대에 미국 경제에 나타난 바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모든 종류의 자산 가격에 하락 압력이 가해진다.

지난 50년간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주기적으로 제기됐으나 실제 나타나지는 않았다.

브랜디와인 글로벌의 잭 매킨타이어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융통화정책 운용을 제한하는 가운데 소비자 수요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관세정책 등으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 이슈가 다시 등장했다"면서 "이제 가능성이 전혀 없는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주요 조건 중 하나인 인플레이션은 분명한 조짐을 보였다. 1월 소비자 물가가 2023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해 연율 3%를 기록했다.

또 다른 주요 조건인 경제성장률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우려되는 수준에 와 있다.

이노베이터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팀 어바노비츠 수석 투자전략가는 "지금 인플레이션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면서 "인플레이션 기반이 있는 데다 관세가 소비자에 전가되면 기업 수익에 부담을 주어 경제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지난 18일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내년 중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의 비율이 7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응답자들은 한편으로는 무역전쟁은 가능성이 낮은 위험으로 평가했으며 주식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도 유지했다.

관세로 인한 타격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캐피털 그룹의 매디 데스너 자산 부문 팀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관세가 오히려 성장을 촉진할 수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줄어드는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초기에는 가격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의 또 다른 공약인 불법 체류자 추방도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면서 "이런 정책은 인플레이션과 성장 저해의 원인이며, 둘 다 부정적인 공급 충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번에도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현재 약 3%인 근원물가 상승률이 1970년대의 7%와 비교할 때 훨씬 낮다는 점이 주요 근거다. 에버코어 ISI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고정돼 있다"면서 "이는 새로운 경제 지표가 나올 때마다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