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관세, 경제에 나쁠 것" vs 31% "경제 부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쏟아내고 있는 관세 정책에 대해 미국인들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며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해리스폴이 이달 6∼8일(현지시간) 미국 성인 2천1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일상용품 물가가 오를 것으로 본 응답자가 59%였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물가가 내릴 것으로 본 응답자는 11%에 그쳤고, 나머지는 별 영향이 없거나(15%) 모른다(16%)고 답했다.

관세가 경제에 나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약 44%로, 경제를 부양할 것이라는 의견(31%)보다 많았다.

공화당 지지 응답자 가운데서도 관세가 경제에 좋다고 본 응답자는 절반에 그쳤다.

식료품 물가가 전월 대비 어떤지 묻는 말에는 '올랐다'(61%)는 응답이 '그대로'(33%)나 '내렸다'(7%)보다 많았다.

지난달 취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를 넘겼으며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내려왔지만, 여전히 집권 1기 당시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미국 소비자 다수가 공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치적 역풍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만이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이용해 기업들을 미국으로 다시 불러들이고 정부 세수를 늘리는 한편 감세 여파를 상쇄하겠다고 밝혀왔는데, 경제학자들은 관세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성장이 둔화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중국·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가 완전히 시행될 경우 일반적인 미국 가계당 연 1천200달러(약 174만원)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봤다.

인플레이션 및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미국 당국의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미국의 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9% 감소, 2023년 3월(-1.1%)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감소율이 가장 높았는데 여기에도 관세가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소매판매 지표 발표 후 "관세 우려는 진짜"라고 말했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0%로, 연준 목표치 2.0%를 여전히 상회하는 가운데, 이번 달 장기(5년) 기대 인플레이션(확정치)은 3.3%로 1995년 이후 가장 높았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엘리자 윙어 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이미 매우 높은 만큼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에 관해서는 무엇이든 우려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지표와 관련해서는 어떤 종류의 보도이든 더 민감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관세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투자·고용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통한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지만 집권 1기 당시 미중 무역전쟁을 보면 오히려 그 반대였다고 지적했다.

해리스폴 설문조사에서는 관세가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증가를 가져오는 만큼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할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두고 견해가 거의 반반으로 갈렸다.

응답자들은 미국 경제의 강력함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묻는 말에는 '매월 편안히 지출할 수 있는 것'(40%)을 꼽은 경우가 '강력한 고용시장과 임금 상승'(26%), '미국 내 제품 생산 확대'(13%)보다 많았다.

미국 경제에 대한 느낌을 묻는 말에는 '스트레스'(42%), '걱정'(41%)을 꼽는 사람이 많았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부정적 요인을 해소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