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급 받을 사람은 "빨리 빨리", 세금 내야하는 사람은 "천천히"
[뉴스진단]
IRS 대량 해고 업무처리 지연 "제때 환급 못받을라"
추가 세금 부담 한인들 "어차피 낼 거 최대한 늦게"
#"올해 세금보고 마감일이 10월로 연기됐다고 하지만 혹시 몰라 지난 주에 공인회계사를 통해 세금보고 서류를 제출했다."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강모씨의 말이다. 강씨가 올해 세금보고를 서두르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국세청(IRS)에 대량 해고를 감행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강씨는 "해고까지 겹치면 세금보고 서류 처리가 지연될 것"이라며 "자칫 제때 세금 환급금을 받지 못할까봐 세금보고를 서두르게 됐다"고 말했다.
#김모씨는 올해 세금보고와 관련해선 느긋한 입장이다. 올 초에 투자용 콘도를 팔아 큰 액수의 양도 소득이 발생한 김씨는 환급 대신 추가 세금을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어차비 양도 소득세를 물어야 하는 판국에 굳이 서둘러서 세금보고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일단 집 판 돈을 은행 CD에 넣어두고 이자라도 챙긴 후에 느긋하게 시간을 두고 10월까지 세금보고를 미룰 생각"이라고 했다.
한인 납세자들 사이에서 올해 세금보고 시기를 놓고 양분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IRS 의 대량 해고로 세금보고 처리가 적체될 수 있다는 우려에 강씨처럼 조기 세금보고에 나서려는 한인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가 하면 김씨처럼 환급금 대신 추가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납세자들은 상대적으로 세금보고를 서두르지 않고 최대한 지연 보고하겠다는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환급을 기대하는 직장인을 비롯한 대다수 한인 납세자들은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IRS의 7000여명의 해고 실시에 올해 세금보고가 지연 또는 정체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이에따라 세금 환급금을 제때 받아 가계에 도움을 받기 위해 세금 보고를 하루라도 빨리 하겠다는 것이다.
IRS의 대량 해고가 올해 세금보고 서류 처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주류사회에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 모 CPA는 "7000명의 대량 해고가 이미 수주 전에 시행된 바 올해 세금보고 시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엔 특히 조기 세금보고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기 세금보고를 강조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해고로 세금보고 서류 처리부서와 민원서비스부서의 인력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세금보고 서류 처리 지연과 정체 현상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편 접수일 경우 처리에 평균 6~8주 정도 소요됐지만 두 배에서 네 배까지 늦어질 수 있다. 세금환급금 지급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한인 납세자들이 조기 세금보고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미국을 포함해 한국에서 해외 재산을 처분해 수입이 발생했거나 소득공제 조건이 사라져 추가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한인 납세자들은 조기 세금보고가 결코 반갑지 않다. 빠듯한 가계 살림에 추가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선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세금보고 시기를 늦추는 까닭이기도 하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