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증시 급락 여파…낙폭은 줄여
미 주가지수 선물 상승 전환…비트코인, 8만달러선 회복
글로벌 투자은행들 "중국·유럽 주식 비중 확대"
미국 증시 급락의 여파로 11일(현지시간) 아시아 주요 주가지수가 하락했다.
다만 장 초반에 비해 낙폭은 상당 부분 줄어들었고 미국 주가지수 선물도 상승 전환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에 대해 "과도기"라고 언급하면서 투자 심리가 흔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미국 예외주의'가 약해진 만큼 중국·유럽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 아시아 증시, 장 초반 하락했다 일부 회복
블룸버그통신·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는 전장 대비 235.16(-0.64%) 내린 36,793.11에 거래를 마쳤다.
닛케이는 장 초반 1,041포인트(-2.81%) 하락해 35,987.13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36,000선을 하회했지만, 이후 낙폭을 상당 부분 줄였다.
코스피도 장 초반 한때 전장 대비 2.5%가량 하락하며 2,500선이 위태로웠지만, 종가는 전장 대비 32.79포인트(1.28%) 내린 2,537.60이었다.
대만 자취안 지수(-1.73%)와 호주 S&P/ASX 200 지수(-0.91%)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한국시간 오후 3시 54분 기준 홍콩 항셍지수는 0.62%,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는 0.36% 내린 상태다.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0.24%)와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0.15%)는 강보합세다.
앞서 마감한 미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2년 6개월 만에 최대 하락률(-4.00%)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2.0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2.70%)가 일제히 내리며 아시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국시간 오후 4시 9분 기준 나스닥 100 선물(+0.09%)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선물(+0.15%)은 장 초반 하락했다가 상승 전환한 상태다.
◇ 취임 50일 만에…시장에 찬물 끼얹은 트럼프
이날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안전자산 선호 속에 2년물 미 국채 가격이 올랐지만, 시간이 가면서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인 3.82%까지 하락했다가 3.87% 수준으로 소폭 올라온 상태다. 국채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도 8만달러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섰다.
가상화폐 가격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을 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장중 76,624.25달러까지 내려갔다가 낙폭을 만회, 한국시간 오후 4시 9분 기준 24시간 전 대비 2.42% 내린 80,433.06달러에서 움직이고 있다.
유로화·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134 내린 103.766 수준이지만,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안전자산 선호 속에 전일 주간 거래 종가 대비 5.9원 오른 1,458.2원에 거래를 마쳤다.
관세 전쟁과 경기 둔화 우려 속에 미국 주가지수가 최근 조정을 받아온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침체 관련 발언이 더해지며 시장이 흔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에 대해 예상하는 것을 싫어한다"라면서 "(이런 일에는) 과도기가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린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데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증시 부진과 관련해 "난 (주식) 시장을 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 글로벌 투자은행들 "미국 주식 중립으로 하향, 중국·유럽은 비중 확대"
미국 증시의 조정이 심해지면서 중국·유럽 등 다른 시장을 주목하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최근 범중국 증시는 딥시크의 '가성비' 인공지능(AI) 모델의 돌풍과 규제 완화 기대감 속에 기술주 주도의 랠리를 펼쳤다.
더크 윌러 등 시티그룹 전략가들은 미국 예외주의가 주춤하고 있다며 미국 주식에 대한 견해를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내린 반면, 중국 주식에 대해서는 '비중 확대'로 상향했다.
중국 증시가 최근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HSBC 전략가들은 미국 주식에 대한 입장을 '중립'으로 낮춘 반면 유럽연합(EU)의 부양책에 대한 기대를 근거로 유럽 주식에 대한 의견을 '비중 축소'에서 '비중 확대'로 바꿨다.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