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브론 CEO "일관된 정책 필요"
에너지 업계 대표들, 미 에너지부 장관과 회동
미국의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정부 정책에 예측가능한 안정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 등이 기업의 투자를 지연시키고 사업환경을 악화시킨다는 불만의 표출이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에너지 콘퍼런스 세라위크(CERAWeek)에서 셰브론의 마이크 워스 최고경영자(CEO)는 "극단적 정책을 다른 쪽으로 갑자기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일관되고 지속적인 정책이 정말 필요하다"고 말했다.
워스 CEO는 "석유 기업 입장에서는 에너지 관련 정책을 법으로 정하는 것이 더 지속성이 있고 앞으로 나올 행정부에 의해 뒤집힐 위험도 없다"고 덧붙였다.
셰브론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직접 영향을 받은 기업이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셰브론이 2022년 받았던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 면허를 종료할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 업계 대표들은 회의에 앞서 9일 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가진 비공개 만찬에서도 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법 개정 없이 대통령 명령만으로 정책을 펴기보다는 법률에 더 의존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라이트 장관은 10일 아침에도 석유 및 가스업계 대표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약 탈퇴,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승인 중단 번복, 석유 및 가스 생산 규제 완화, 백악관에 새 전력 인프라 승인 권한 추가 부여, 알래스카 원유 시추 제한 종료, 해상 풍력 프로젝트의 신규 허가 금지 등의 행정명령을 쏟아낸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발표했다가 이중 상당 부분을 유예했다.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사업을 하는 프랑스 에너지 대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아미르 폴 북미법인 사장은 "정부에 확실성을 요구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미국 정부가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보다 나은 방식이 있다고 본다면 빨리 이를 협상해서 만드는 것이 사업환경에 좋다"고 말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투자가 지연되고 미국의 에너지 지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 추진력이 둔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불확실성은 일반적으로 지연을 초래한다. 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면 정책에 대한 가정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명확성은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