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 사유에 내란죄 철회했으니 각하해야…내란 입증할 충분한 증거도 없어"
지도부 "의원들 소신 따른 개별 행동…릴레이 시위 방해·저지 안 해"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62명이 12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각하·기각을 촉구하는 24시간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날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장외 투쟁으로 헌재를 압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전체 의원 108명 중 절반을 넘는 여당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거리 투쟁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첫 시위 주자로 나선 윤상현·강승규 의원은 전날 오후 2시부터 헌재 앞에서 '탄핵 각하' 피켓을 들고 시위했고, 박대출 의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위 중이다. 13일에는 장동혁 의원이 이어받는다.
애초 5명가량의 의원이 하루씩 나눠서 1∼2인 시위를 할 계획이었지만, 릴레이 시위에 동참하겠다는 의원이 늘어나면서 14일부터는 5명씩 시위가 진행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헌재 심리 과정에서 탄핵 소추 사유에 '내란죄'가 철회됐기 때문에 각하해야 하고, 각하가 아니더라도 내란 행위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기각을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경원 의원을 포함한 여당 의원 82명은 이러한 여당의 주장을 담은 '적법 절차에 따른 재판 촉구 탄원서'도 헌재에 제출했다.
강승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국민저항권'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헌재가 탄핵 각하를 통해 국헌 질서가 바로잡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최근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연설자로 나섰던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기조 강연을 했다.
당 지도부는 릴레이 시위에 대해 개별 의원들의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소속 의원들의 헌재 앞 시위에 대해 "의원 개개인이 헌법 기관이고 본인들이 정치적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 지도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시위하는 부분에 대해 우리(지도부)가 방해·저지하지 않고 알아서 잘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도부는 이날 헌재를 향해 목소리를 내기보다 청년·안보 정책 행보에 나서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대학생들과 '청년 세대 부담 경감'을 주제로 정책 간담회를 열었고, 권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오후 수도방위사령부를 찾아 정례 한미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현장을 참관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단식과 삭발, 장외 투쟁 등으로 강경 대응에 나선 야당과 차별화 효과를 노리는 동시에, 정책 이슈로 수권 정당의 면모를 부각하며 보수 지지층·중도층까지 공략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권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야당이 일해야 할 곳은 국회"라며 "오로지 조기 대선을 통한 이재명 세력의 권력 획득을 위해 장외 정치 투쟁에 집중하는 건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여당 의원 릴레이 시위를 두고 '헌법기관 침탈이자 내란 행위'라고 비판한 데 대해 "민주당은 도보 행진에 장외집회 총동원령까지 내려가며 헌재 압박에 나섰다"며 "진짜로 헌재를 겁박하는 자가 누구인가"라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안채원 김정진 기자 p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