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헤그세스 국방장관 추임후 첫 아시아지역 순방서 한국 제외, 미국 장관급 방한 0건

계엄 사태 이후 한국 정치적 불확실성 탓
대통령·국방장관 부재 '카운터파트' 없어'
한미 안보협력 골든타임 놓칠라 우려 팽배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의 취임 후 첫 인도·태평양 지역 순방 일정에서 한국이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관련 미국의 ‘한국 패싱’이 현실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20일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미 양국 간에는 정상 외교는 물론 고위급 소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한국 패싱을 막기 위해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는 별개로 헌법재판소가 대미·통상 외교 전문가인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을 빨리 결론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양국 국방부는 애초 헤그세스 장관이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방문하는 길에 방한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헤그세스 장관이 방한하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방한하는 첫 번째 장관급 인사가 될 상황이었다. 헤그세스 장관은 방한하면 양국 안보 협력 방안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조선업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조선업계와 미 군함 건조·유지·보수 협력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 국방부는 최근 헤그세스 장관 방한을 취소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이달 말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군 기지와 동맹국을 순방하는데 한국만 제외된 것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괌·하와이·일본·필리핀 방문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국방부는 “미측 일정 조정에 따라 방한이 불가피하게 순연되었다”고만 밝혔다. 

이번 방한 취소는 계엄 사태 이후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통령은 물론 국방부 장관도 대행 체제인 상태에서 헤그세스 장관의 ‘카운터파트’가 없는 점 등이 고려된 조치로 해석된다. 한국군 통수권을 행사하는 최고 지휘부가 공석인 상황에서 미측이 방한하더라도 실질적인 논의를 하기가 어렵다고 봤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로이드 오스틴 전 국방장관도 작년 12월 고별 방한을 추진하다가 취소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을 앞두고 한국이 극심한 국론 분열을 겪는 가운데 미국 각료가 방한하면 한국 정치에 개입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두 달이 되도록 정상 간 통화도 하지 않고 있다. 미 행정부 측은 한 총리까지 탄핵소추돼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 통화를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국방장관의 첫 대면은 오는 5월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헤그세스 장관의 방한 무산으로 ‘코리아 패싱’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트럼프 행정부 임기 초반 한미 안보협력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