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집 사느니 차라리 편하게 렌트 살래"

높은 집값에 모기지 비용 증가
고소득 렌트족, 4배 가량 늘어
LA도 렌트가 주택 구입보다 저렴
업계. 고소득 렌트 수요 잡기 나서 

LA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이모씨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고 있는 워킹맘으로 9살짜리 딸과 함께 3베드룸의 타운 홈을 렌트해서 살고 있다. 이씨 부부의 연소득은 약 15만달러 정도. 그럼에도 이씨 부부는 세입자다. 내 집 마련에 나서지 않고 세입자로 남아 있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씨는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택 소유에 대한 가치를 느끼지 못해서 사지 않고 있다"며 "학군도 좋은 데다 무엇보다 집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 안락하고 편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씨 부부처럼 집을 살 수 있는 고소득에도 불구하고 집을 구입하는 대신 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렌트 부동산 시장의 지형도를 바꿔 놓고 있다. 렌트 수요가 늘면서 주변 렌트비 상승의 동력이 되는가 하면 고소득층 렌트족들을 잡기 위해 고급 임대 주택이나 아파트를 특화로 하는 개발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최근 들어 고소득층의 렌트 시장 유입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미네소타대 인구센터 데이터(IPUMS)에 따르면 연소득이 100만달러가 넘는 백만장자들이 주택을 임대해 거주하고 있는 가구수는 2023년 4453가구로 2017년 956가구에 비해 무려 4배나 넘을 정도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소득 2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 렌트 가구수도 지난 2010년에 비해 4배나 증가했다.
고소득 가구들이 주택 소유를 포기하고 렌트 주택을 선호하는 데는 고금리와 높은 주택 가격이 자리잡고 있다. 높은 주택 가격에 모기지 상환 부담을 감수하면서 주택을 구입하기 보다는 렌트를 하는 게 경제적이란 이유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수치로 확인된다. 금융정보업체 렌딩트리가 지난 2023년 연방인구조사국 데이터로 전국 주요 대도시 100곳을 대상으로 렌트비와 모기지로 구입한 주택 소유 비용을 분석한 결과 대도시의 렌트 중간 가격은 1406달러인데 반해 주택 소유 비용은 1904달러로 나타났다. 렌트가 주택 구입에 비해 월 498달러 더 저렴하다는 것이다. 이는 1년 전 보다 23달러 더 차이가 벌어진 수치다.
LA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LA 지역의 렌트 중간 가격은 1993달러이고 주택 소유 비용은 3096달러로, 렌트를 하는 것이 주택을 소유하는 것 보다 더 비용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소득층의 렌트 시장 유입 증가로 렌트 부동산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들 수요를 잡기 위해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발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자산관리 소프트웨어 제공업체 야디에 따르면 미 전역에서 모두 553건의 대규모 렌트 주택 단지가 조성됐거나 조성 중에 있다. 이로 인해 8만4459유닛의 고급 임대 주택이 공급된다. 이는 2019년 185건의 2만1231유닛 공급에 비해 대략 3배나 늘어난 수치다. 
고소득층이 렌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하버드대학교 주택연구센터에 따르면 2012년 월 600달러 이하 렌트비의 유닛 수는 940만 유닛에서 2022년엔 720만 유닛으로 23% 줄어든 반면 월 2000달러 이상 렌트비 유닛은 320만 유닛에서 730만 유닛으로 크게 증가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