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물 총 1만3천673건 제출…4월 집행위원회서 최종 결정
제주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에 제77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일을 앞둔 제주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9일 유네스코에 따르면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제주 4·3사건 기록물''에 대해 등재를 권고했다.
최종 등재 여부는 4월 2∼17일 열리는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결정되는 가운데 지역사회가 다 함께 4·3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염원해온 제주에서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23년 11월 유네스코에 제출한 등재신청서상 기록물 명칭은 '진실을 밝히다. 제주4·3아카이브'다.
해당 기록물은 4·3 관련 기록 총 1만4천673건으로 당시 공공기관에서 만들어진 각종 문서와 재판 기록, 도서, 엽서, 소책자, 비디오, 오디오 등이다.
주요 목록은 군법회의 수형인 기록, 도의회 4·3 피해신고서, 4·3위원회 채록 영상,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 정부 진상조사 관련 기록물 등이다.
4·3은 70여년 전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다.
4·3특별법에 의하면 제주4·3은 '1947년 3·1절 기념행사에서 경찰 발포에 의한 민간인 사망사고를 계기로 저항과 탄압, 1948년 4월 3일의 봉기에서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령의 해제 시까지 무력 충돌과 공권력에 의한 진압과정에서 민간인이 집단으로 희생된 사건'을 말한다.
정부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제주4·3 당시 적게는 1만4천명, 많게는 3만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잠정 보고됐다. 좁은 섬에서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했고, 그 후유증을 극복하고 진상규명을 하는 데 오랜 세월이 걸리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2018년부터 4·3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해왔다.
6년여간 4·3 기록물 수집과 목록화, 심포지엄 개최, 전문가 검토 등을 진행하며 등재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후 등재신청서를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의 3차례 심의 끝에 2023년 10월 국내 신청 대상으로 선정됐고, 같은 해 11월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신청서 제출 후 지역사회에서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염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제주도는 지난해 9월 독일과 영국에서 4·3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특별전과 심포지엄을 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4·3을 소재로 한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쓴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 4·3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면서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커졌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2월 제435회 임시회에서 '제주 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결의안에는 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가유산청,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적극적인 홍보와 국제적 협력을 당부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주도는 "최종 등재에 성공할 경우 4·3의 역사적 의미와 평화·인권의 가치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은 "4·3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면 4·3의 진실된 역사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사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인과 조금 더 공감할 수 있는 역사로 펼쳐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은 "4·3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다면 4·3의 평화와 상생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최종 등재될 수 있도록 도의회에서도 끝까지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전지혜 백나용 기자 ato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