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反이민 정책에 한인 영주권자들 '좌불안석'

[뉴스포커스]

재입국시'깐깐'심사 적발 우려 해외여행 연기·취소 
시민권 취득 문의 급증 불구 실제 수속 착수는 미적
신청과정서 범죄 이력 등 되레 문제될까봐 눈치보기

#영주권자인 한인 조모씨는 오는 5월에 예정된 한국 여행을 재고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해외 출장을 마치고 입국 과정에서 느낀 불안감 때문이다. 8년째 영주권자로 살면서 처음으로 '외국인' 줄에 서라는 안내를 받았다는 조씨는 "각종 범죄 여부를 묻는 질문 등 입국 심사가 깐깐해지는 것에 솔직히 겁이 났다"고 말했다. 조씨는 미국 시민권을 따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영주권자로 남는 것이 좋은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정책이 강경해지면서 합법적으로 미국에 거주할 자격을 가진 한인 영주권자들의 신분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영주권자의 추방 사례가 늘면서 릫합법 대 불법릮이 아닌 릫미국 시민 대 비시민릮이라는 기준이 적용되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공존하고 있어서다.
시민권 신청을 대행하는 한인 커뮤니티 단체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민권 취득에 관해 문의하는 한인 영주권자들이 크게 늘었다. 
한인타운에서 시민권 신청을 대행하는 한 한인 단체의 관계자는 "영주권 갱신 대신 미국 시민권 신청 여부에 대해 문의하는 한인 영주권자들이 많이 늘었다"며 "특히 시니어를 중심으로 영주권을 갖고 한국이나 해외 여행 가는 게 불안해서 시민권으로 바꾸고 싶다는 한인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시민권 신청을 대행하는 또다른 비영리단체 관계자는 "최근 미국 시민권을 신청하는 사람 중에는 미국에 10년 이상 체류한 한인 영주권자들이 많다"고 말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미국 시민이 되는 것을 꺼리다가 트럼프 정부의 반 이민정책 때문에 뒤늦게 마음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한인을 포함해 1280만명에 달하는 영주권자들이 해외 여행을 꺼리면서 취소하는 등 크게 위축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체류 외국인뿐 아니라 영주권자까지 추방의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 탓에서다.
한인 단체 관계자는 "예전엔 시민권 신청 자격 여부에 대한 질문이 많았지만 트럼프 집권 후엔 미국에 영주권자로 사는게 불안해 시민권을 취득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오히려 시민권 신청을 꺼리는 한인 영주권자들도 적지않다.시민권 신청 과정에서 범죄 이력과 같은 문제가 불거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또한 엄격해진 시민권 서류 심사 과정과 인터뷰를 통과해 취득에 성공하리라는 확신도 부족해진 상황이라 선뜻 시민권 신청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고파 법무사' 관계자는 "강력한 이민 정책이 펼쳐지면 되레 시민권 신청 수요가 움추려 드는 경향이 더 강해질 수도 있다"며 "트럼프의 강력한 반이민정책 여파에 따른 상황을 주시하면서 시민권 취득과 영주권 유지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한인 영주권자들이 많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