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제무역 질서를 대변해왔던 자유무역협정(FTA)은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무역을 촉진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다. 자유무역에 걸림돌이 되는 관세와 비관세장벽 등 각종 규제를 없애 상품과 서비스가 국가 간 또는 지역 내에서 자유롭고 활발하게 이동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는 비교우위에 있는 상품의 시장을 더 확대함으로써 수출과 투자를 촉진하고 소비자들의 이익도 증진한다는 논리다. FTA 확대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일정 부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품이나 산업은 시장개방 후 소비자의 선택에서 멀어지고 결과적으로 도산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과거 FTA 협상에서 농산물 시장 개방을 놓고 격렬한 반대와 시위가 벌어졌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 세계 모든 교역국을 상대로 한 관세부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내놓았던 일부 제품이나 특정 국가에 대한 관세와는 그 효과나 파장이 크게 다르다. 그동안 오락가락했던 트럼프 관세정책의 전력을 감안하면 앞으로 협상 여하에 따라 특정 국가나 상품에 대한 관세는 유예나 추가 부과를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 임기 4년 내내 이런 과정이 반복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미국의 교역상대국들도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맞대응 차원에서 보복관세를 물리고 무역장벽을 높이 쌓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세계무역기구(WTO) 창설과 FTA 협정 등으로 확산해온 전 세계의 무역 질서가 후퇴하는 순간이다.

앞으로 세계무역 질서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자국 보호주의 확산으로 자유무역이 영원히 끝날지, 아니면 트럼프 임기 동안 극심한 혼란을 거듭하다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교역상대국이 불공정한 무역으로 미국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무역적자를 키운다'는 트럼프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동맹·비동맹을 가리지 않는 압박이 임기 내내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에 이어 수입산 자동차 25% 관세, 캐나다·멕시코 25% 관세 유예 종료가 예고돼있고 반도체·의약품 등 관세부과 품목이 더욱 확대될 공산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