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수입차 가격 줄줄이 인상 불구 'MSRP 안올린다'관세 정면돌파 시선집중
[뉴스진단]
'현재 가격 유지'고객 안심프로그램 운영
4월·5월 판매량 증감 여부 4위 입지 좌우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당분간 자동차 가격을 동결하기로 했다. 미국 등 다른 나라 경쟁사들이 잇따라 차 가격을 인상하는 것과 사뭇 다른 전략을 펼치기로 하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미국이 4월 3일부로 모든 수입차에 25% 관세 부과를 발효하면서 일부 경쟁사들은 향후 차량 가격을 인상키로 하거나 아예 일부 차종을 미국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
포드나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향후 가격 인상에 따른 판매 감소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기존 생산 차량에 대해선 1~2달 동안 직원 할인가를 적용해 판매에 나서기로 했다.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는 미국 내 차량 판매 가격을 최대 10% 올렸다. 독일의 폭스바겐도 판매가를 사실상 올리기로 했다.
영국의 고급 자동차 제조업체인 재규어 랜드로버(JLR)는 미국 수출을 일시 중단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공식적으로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두 달간 가격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관세 인상분을 차값에 반영하지 않고 현재 가격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최근 210억달러 규모의 현지 투자 계획을 밝힌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앞으로 약 두 달간 기존 모든 차종의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고객을 안심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지난 4일 밝혔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오늘부터 2025년 6월2일까지 2개월 동안 현재 모델 라인업의 권장소매가(MSRP)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MSRP는 제조사가 판매를 담당하는 소매업자에게 제품을 공급할 때 설정·권고하는 소비자 가격 수준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오늘 역동적인 시장 여건과 관세가 자동차 산업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응해 고객 안심(Customer Assurance)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차 가격 상승 가능성에 불확실성을 느끼고 있는 고객들에게 안정감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현대차가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두 달간 관세 인상분을 차값에 반영하지 않고 현재 가격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과 관련 4월과 5월 현대차의 미국 판매 성적표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현대차의 미국 시장 입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1분기 미국 자동차 판매량 1위는 제너럴모터스(GM)가 차지했다. 2위는 도요타, 3위 포드, 4위 현대차그룹 순이었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 증가세를 이어온 현대차가 4~5월 가격 동결에 따라 판매량이 감소한다면 6월 이후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판매 4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경쟁사가 가격 할인에 들어갔음에도 현대차가 4~5월 판매 증가세를 이어간다면, 미국의 관세 인상 여파를 정면 돌파하는 전략으로 미국 시장 입지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