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보복관세에 여행 수요 감소도 악재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이 격화하면서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사면초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부과에 대응해 중국 당국은 자국 항공사들에 보잉 항공기 신규 주문이나 도입을 제한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각국의 보복 관세와 여행 수요 감소 등도 악재가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세를 둘러싼 혼란으로 수십년간 지속돼 온 보잉의 무관세 공급망이 무너졌다면서 이번 무역전쟁으로 보잉이 큰 피해자가 됐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 항공사들에 보잉 항공기를 새로 주문하지 말고, 이미 주문한 항공기도 인도받기 전에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잉의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 시장의 문이 거의 닫힌 셈이다.
중국 당국이 승인을 해주더라도 항공사들이 자체적으로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보잉 항공기 도입을 연기할 가능성도 있다.
보잉은 2018년과 2019년 일련의 맥스 기종 사고 여파로 중단됐던 항공기 납품을 작년 여름부터 재개하며 중국 시장 공략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올해 말까지 현금 흐름도 흑자로 만든다는 목표다.
올해 들어 3월까지 전 세계에 130대의 항공기를 인도했으며 이 중 18대가 중국 항공사로 갔다. 737 맥스 가격은 대당 1억 달러가 넘는다.
중국은 향후 20년 동안 보잉의 가장 큰 잠재시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관세로 인한 새 악재가 터지면서 보잉은 다시 곤경에 처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론 엡스타인 애널리스트는 무역전쟁이 미국에서 첨단 제품을 제조하는 몇 안 되는 주요 기업인 보잉에 도움이 아니라 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서치업체 번스타인은 중국이 올해 보잉 항공기 도입을 중단할 경우 보잉이 12억 달러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보잉 항공기에 대한 주문도 크게 늘었으나 관세전쟁으로 소비자 심리가 악화되면서 비용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로 여행 수요도 줄고 있다.
유럽 대형 항공사인 라이언에어는 오는 8월 보잉 737 항공기 25대를 인수할 예정이었으나 내년 봄까지 연기할 수 있다고 마이클 오리어리 최고경영자(CEO)가 밝혔다.
중국 항공사들이 보잉 항공기 주문을 취소하기 시작하면 유럽의 경쟁사인 에어버스에 유리한 구도가 나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 시장에서 이미 에어버스는 보잉을 앞서고 있다.
에어버스는 중국에 두 개의 항공기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보잉은 중국에 생산공장은 없고, 거의 제작된 항공기에 내부 설비를 붙이는 시설만 운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