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뜻밖의 어원이 있습니다. 명사 [거덜]이 한 예입니다.
조선 시대에, 사복시(司僕寺)에 속하여 말(馬)을 돌보고 관리하는 일을 맡아 하던 종이 거덜이라는 사실을요. 사복시는 궁중의 가마나 말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관아라고 합니다. 내사복(內司僕)과 외사복(外司僕)이 있었으며, 태조 원년(1392)에 설치하여 고종 2년(1865)에 폐했다고 사전은 전합니다.
거덜이 들어간 대표 관용 표현은 [거덜 나다(내다)]입니다. 궁중 행차가 있을 때 앞길을 틔우면서 자연스럽게 우쭐거리며 몸을 흔들었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누가요? 거덜들이요. 왜냐고요? 그 '높으신 분들'을 '모시니까' 어깨에 힘이 들어갔나 봅니다. 그렇게 몸 흔드는 것을 가리켜 '거덜거리다'라고 했답니다. 시간이 흘러 [재산이나 살림 같은 것이 여지없이 허물어지거나 없어지는 상황]을 이르게 된 것이고요. <노름으로 살림이 거덜 났다> 할 때 정확하게 그런 의미를 나타냅니다.
거덜은 두 번째로는 '옷, 신 같은 것이 다 닳아 떨어지는 것'을 뜻합니다. <거덜(이) 난 작업복> 하고 쓸 수 있습니다. '하려던 일이 여지없이 결딴이 나는 것'이 세 번째 의미입니다. <사업이 거덜 났다>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거덜]을 찾다보니 거들거들(본말 거드럭거드럭, 거만스럽게 잘난 체하며 버릇없이 자꾸 구는 모양 또는 젠체하며 경솔하게 행동하는 모양) 거드럭거리다(거만스럽게 잘난 체하며 자꾸 버릇없이 굴다) 거드름스럽다(보기에 거만스러운 데가 있다) 거들먹거리다(거들먹대다, 신이 나서 잘난 체하며 자꾸 함부로 거만하게 행동하다) 같은 낱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죄다 나쁜 의미입니다. 거드럭거리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