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태 "과거 잘못 반성 시작점 되길"…권성동 "법적·정무적 판단 하자 없어"
'혁신안 논의' 신경전 계속…친한계 등 의총 요구에 舊주류 "리더십 복원부터"
국민의힘의 쇄신 논의가 12일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른바 '김용태 개혁안'을 둘러싼 견해차가 당내 계파·세력 간 갈등 양상으로 전개되면서다. 오는 13일로 6·3 대선 패배 열흘이 되지만, 당 쇄신 방향이나 차기 지도체제 선출을 위한 준비 작업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문수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가 본격 개시된 이날 국민의힘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번 당무감사는 김 위원장이 지난 8일 제시한 개혁안 중 하나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당사에서 열린 당무감사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1시간 30분가량 조사를 받았다. 김 위원장 역시 후보 교체 시도 당시 비대위원으로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지만, 후보 교체 안건 의결 때 혼자 반대표를 던졌다.
조사를 마친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무감사를 통해 당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다시 국민께 사랑받는 정당이 되는 시작점이 되길 기대한다"며 당무감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다만 "제가 처음 당무감사를 고민한 배경은 후보 교체 과정의 전반적 부분에 대해 많은 국민과 당원께 오해가 없도록, 진실을 규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징계를 예상하거나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이번 당무감사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포함한 구(舊) 주류 인사들을 겨냥했다거나, 당내 분란을 더 키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당무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국회에서는 권 원내대표의 퇴임 회견이 열렸다.
권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후보 교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그 당시 절차라든가 필요성, 국민과 당원의 여론 등 모든 걸 감안해서 진행했다"며 "법적, 정무적 판단에 어떤 하자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전날 권 원내대표가 당 혁신안 논의 등을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막판에 취소한 것을 두고도 신경전이 반복됐다.
친한(한동훈)계와 일부 재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진 반면에 구 주류 측은 여전히 당 개혁 논의는 '차기 원내지도부'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친한계 박정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제는 당내 언로(言路)마저도 막히는구나'하는 암담한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고, 재선 의원 16명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안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도 "지금 상황에서 의총이 중요한 장인데 열리지 못해 안타깝다"며 "지금이라도 의총을 열어 당내 많은 의원의 이견을 좁힐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지난 9일 열렸던 의원총회를 언급하며 "대다수 의원의 의견은 소위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생각과는 달랐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며 "(이견이) 겁이 나서 의총을 취소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보수 혁신 방향에 대한 질문에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새로운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자신들의 구상을 의원들과 공유하고 거기에서 최적의 조합, 선택을 해서 당을 이끌어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러가는 마당에 이런저런 주문을 하거나 이런저런 요청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 재선 의원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당한 절차에 의해서 선출되는 리더십이 복원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안채원 김치연 조다운 기자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