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대통령의 예외적 권능

대통령은 헌법 제79조에 의거해 사면권을 행사한다.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사면·복권·감형을 명할 수 있다. 다만 일반사면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통치 행위다. 통합과 치유를 위한 정치적 수단이다. 중세 군주의 전유물인 사면권은 오늘날에도 대통령에게만 부여된 예외적 권능으로 남아 있다. 미국 헌법이 이를 부활시킨 이래 다수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지되고 있다.
대통령 사면권은 통합의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공정성 논란을 낳기도 한다. 형벌의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정치인 사면은 예민하다. 1997년 말 김영삼 정부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특별사면했을 때 여론은 '역사적 통합'과 '정치적 거래'라는 상반된 견해로 갈렸다. 형기가 끝나기 전에 단행된 사면은 제도의 본래 취지마저 훼손시킨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때문에 사면권을 제한하거나 독립기구에 위임하자는 논의가 제기돼 왔지만, 대통령제 국가에서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존속하고 있다.

▶'조국 사면'뜨거운 쟁점 

이재명 정부의 첫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포함 여부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조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징역 2년 형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진보 진영은 "과잉수사의 희생자"라며 사면을 요구하고 있다. 정성호 법무 장관도 청문회에서 "조 전 대표 가족 전체가 받았던 형벌이 불균형하다"며 사면 필요성에 공감하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권력형 범죄자에 대한 보은 사면'이라며 대통령 권한 남용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조국 사면 논의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전략적 공조와도 맞물려 있다. 양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했다. 양당 연대의 결속을 위해서도 조 전 대표의 복귀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 전 대표에 대한 사면은 가능하지만, 복권까지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선 조국 사면이 현실화할 경우, 보수 진영에서도 향후 '윤석열 사면론'을 띄우며 보수 결집을 시도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사면이 결국 진영의 메시지로 번지는 흐름이다.

▶'공감대 형성' 선행돼야

사면은 본래 국왕의 시혜에서 비롯된 권한이다. 지금도 본질은 법리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가깝다.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할 수 있는 것은 헌법이 허용한 예외이자 특권이다.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어떤 가치를 고려해 사면권을 행사할 것인지는 온전히 대통령의 몫이다. 하지만 정치적 책임도 수반된다. 사면 결정의 무게는 오롯이 대통령 본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 판단이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설득과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