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불신'케네디 보건부 장관 자문위, '코로나19 백신 권장 안한다' 권고안 발표

 

[뉴스진단]

CDC 기존 지침 뒤집어, 혼란·우려 가중 
65세 이상, 기저 질환 고위험군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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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예방 가능한 전염병 확산" 지적
'트럼프 정치와 과학 구별돼야' 비판도 

 

미국 질병통제예방선터 산하 자문위가 기존 지침을 뒤집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권고안을 내놨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는 19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누구에게도 권장하지 말고, 접종 여부는 개인의 선택에 맡기라"는 권고안을 내놨다. 이는 사실상 '백신 회의론자'인 보건보지부 장관의 뜻에 따른 것인데 정책 혼란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문위는 65살 이상 고령자,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게도 코로나19 백신을 권장하지 않는다. 대신 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개인이 스스로 접종 여부를 결정하게 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기존 코로나19 백신 접종 지침과 배치된다. 코로나19 치명률은 연령이 높을수록 높아지고,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서 더 높게 나타난다.

자문위는 또 질병통제센터가 내놓는 안내서에 백신의 위험성 정보와 더 강한 표현을 추가하라고 요구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자문위의 모든 위원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존 위원을 전원 해임하고 새로 임명한 이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케네디 장관은 백신이 자폐를 유발한다고 주장하는 등 장관 인준 전부터 백신의 효과에 대한 불신을 지속적으로 드러내 왔다. 취임 후엔 백신 연구 관련 예산을 줄이기도 했다.

최근 자문위는 4살 이전에는 홍역·볼거리·풍진·수두(MMRV)를 한번에 예방하는 혼합백신을 접종하는 대신, 홍역·볼거리·풍진 혼합백신과 수두 백신을 각각 접종하라는 권고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백신 전문가들은 이 같은 권고안이 백신의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문위의 권고안은 공식 지침으로 채택되려면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의 검토와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역대 국장들은 대부분 이를 수용해왔다. 지난 7월 말 취임했던 수전 모나레즈 전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취임 한달 만에 해임됐는데, 케네디 장관과 백신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자문위는 신생아의 경우 출생 직후 B형 간염백신을 접종한다는 오랜 지침도 폐기할지를 논의했으나 결정을 연기했다.

기존 백신 정책을 뒤집는 이런 흐름에 의학계에선 "생명을 위협하는 전염성 질병에 대해 백신을 맞는 사람이 줄어들면, 예방 가능한 질병들이 다시 확산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보건 당국의 이 같은 흐름에 정치와 과학은 구별돼야 한다는 비판과 함께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는 별개로 자체적인 백신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하는 등 이를 둘러싼 혼란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