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법에 대한 희망인가, 아니면 잠재적 위험인가?
[과학화제]
스탠퍼드 연구팀'세계 최초'성공 주목
"항생제에 듣지 않는 대장균 공격 제거"
유전자 치료등 기대속 "악용하면 위험"
과학자들이 인공지능(AI)을 사용하여 처음으로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는 바이러스를 만들어내 의학계의 주목을 끌어모으고 있다. 질병 치료에 대한 긍정적 응용 가능성과 동시에 이 기술을 남용할 경우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 대학 공동 연구팀은 AI로 바이러스 유전체를 설계하고, 이를 합성해 만들어낸 인공 바이러스가 박테리아를 감염시키고 사멸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스탠퍼드 대학교와 팔로알토 아크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이를 "완전한 유전체의 최초 생성적 바이오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뉴욕대 랭곤 헬스의 생물학자인 제프 보케는 이를 AI가 설계한 생명체를 향한 중요한 진전으로 보고 있다.
이 실험에서 연구팀은 챗 GPT와 유사한 모델인 '이보(Evo)’라는 이름의 AI 모델을 자체 개발했고, 이를 이용해 단순한 바이러스(ΦX174)를 본떠 새 바이러스를 설계했다. 이렇게 AI 설계로 생성된 바이러스는 항생제에 듣지 않는 대장균을 공격하고 제거하는 데 쓰였다. AI가 내성이 강해 약이 쉽게 듣지 않는 세균을 겨냥하는 맞춤 바이러스를 만들어낸 것이다. 향후 이를 통해 새로운 항생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약물 개발, 생명공학, 농업 , 심지어 유전자 치료에도 엄청난 가능성을 열어준다"며 "이 기술의 잠재력은 엄청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성 유전자를 가진 세포 생성에 참여한 일부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윤리적 문제 발생 가능성에 따른 극도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독일 생물학자 케르스틴 괴프리히는 “이른바 ‘이중용도 딜레마’는 생명과학 연구 전반에 늘 존재하는 문제이고, 자칫하면 악용될 수 있는 위험을 가진다”고 말했다. 여기서 '이중용도 딜레마'는 하나의 기술, 상품, 소프트웨어 또는 지식이 민간(평화적) 목적과 군사(잠재적으로 위험한) 목적 모두에 동시에 활용될 수 있다는 특성에서 비롯되는 윤리적·정책적 긴장을 뜻한다.
연구팀은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를 통해 더욱 다양한 맞춤 항생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AI로 각종 바이러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를 통해 더욱 다양한 항생제를 만들어 여러 질환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 분야는 분명 성장할 것이고, 덕분에 흥미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