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HBM 시장 1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점유율 확대 자신감

메모리 업계의 '실적 바로미터'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이 3분기(6∼8월) 시장의 전망치를 상회하는 성적을 낸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내년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인 HBM4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메모리 슈퍼사이클과 함께 공급 물량을 둘러싼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23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전년 동기 대비 46% 늘어난 113억2천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당 순이익은 3.03 달러였다.

시장에서 전망한 매출 112억2천만 달러, 주당 순이익 2.86 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클라우드 메모리 부문 매출이 45억4천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늘어나며 실적 성장세를 견인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약 한 달 먼저 실적을 발표해 메모리 업계의 '실적 바로미터'로 꼽힌다.

마이크론은 오는 4분기(9~11월) 매출도 12억 달러 수준으로 전망하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까지 HBM 주도의 D램 시장 성장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2030년까지 HBM 시장이 1천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며 "HBM의 성장세는 일반 D램의 성장세보다 뚜렷하고 이런 추세는 2026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이번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HBM4 성능 논란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최근 업계에선 마이크론이 HBM4에서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데이터 처리 속도를 만족시키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메흐로트라 CEO는 "주요 고객사(엔비디아) 요구에 맞춰 대역폭을 초당 최대 11기가비트(Gb)로 높인 HBM4 고객 샘플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HBM4는 2026년 2분기에 첫 양산과 출하가 시작되고 하반기 생산량이 늘 것"이라며 "내년엔 (HBM 시장) 점유율이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마이크론은 올해 하반기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을 최대 25%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히며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7%, 삼성전자 24%, 마이크론 19%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SK하이닉스 51%, 삼성전자 25%, 마이크론 24%로 격차가 좁혀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가장 먼저 HBM4 12단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 엔비디아로부터 언제든 주문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치고 선두 자리를 공고히하는 모양새다.

HBM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한발 늦은 삼성전자는 HBM4 개발 및 공급 시기를 앞당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1c(10나노급 6세대) D램 공정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동시에 적용하는 승부수를 던지며 차별화 전략에 나섰다.

HBM4 시장 개막으로 본격적인 메모리 슈퍼 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메모리 슈퍼사이클, AI의 부상으로 모든 산업에 호황'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는 반도체 업계에 따뜻한 겨울이 될 것"이라며 "HBM을 둘러싼 기회가 업계 성장률을 앞서고 있고 AI 서버와 모바일 D램 수요 덕분에 일반 메모리칩의 가격 변동률이 다시 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메모리 산업의 역학이 바뀌면서 모든 곳에서 공급 부족이 일어나고 있다"며 2027년에 사이클의 정점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내달 13∼15일께 잠정실적을 발표한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3개월간 증권사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9조5천36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85% 증가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창사 이후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2개월간 집계한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0조6천462억원으로 또다시 삼성전자 전사 실적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