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프랑스출신 女 동료 성폭행 칠레 과학자 유죄…"극한환경의 오지에 있다는 점 악용"

[남극]

베이스캠프내 텐트안에서 범행
검찰 징역10년 구형, 내달 선고

남극에서 발생한 전례 없는 성폭행 사건의 피고인이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칠레 푼타아레나스 형사법원은 강간 혐의로 기소된 칠레 국적 생물학자 호르헤 가야르도 세르다(남성)에 대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에 대해 징역 10년을 구형했으며 칠레 법원은 다음 달 3일 형량 선고를 내릴 전망이다.
칠레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19년 2월 가야르도 세르다는 사우스셰틀랜드 제도 리빙스턴섬 서쪽 끝자락에 있는 바이어스 반도에서 탐사 활동을 하던 중 베이스캠프에 설치된 텐트 안에서 프랑스 출신 동료 과학자(여성)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두 사람은 이전 연구 프로젝트에서 만나 이미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고 한다.
검찰은 "인적 드문 외딴 지역에 있다는 취약점을 악용해 피고인이 강간을 범했다"며 "지리적으로 고립된 극한의 환경에서 휴식 중이던 피해자는 당시 명백히 거부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베이스캠프에는 다른 2명의 과학자가 더 있었으나 거리가 조금 떨어진 다른 장소에 있었던 탓에 범행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여성 피해자는 이 사건에 따른 우울증세로 끝내 연구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2023년 7월 칠레남극연구소(INACH)를 통해 가야르도 세르다를 고소했고, 검찰은 범죄 발생지 사건 관할과 관할 사건 수사 등에 대한 규정을 검토한 뒤 정식 수사를 벌였다.

"성폭행 막으려 속옷 안에 망치"
 美 남극기지, 성폭력 범죄 온상

한편 남극에서의 여성을 상대로한 성범죄 사건은 이미 2년전부터 큰 이슈로 떠오른 바있다. 
지난 2023년 8월 AP통신은 미국 정부 기관이 감독하는 남극 기지에서 성폭력이 난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남극 맥머도 기지에서 여성을 겨냥해 지속된 성폭력 구조를 고발하고 특히 마초적 문화가 팽배해 남성이 여성에게 언어적 성폭력을 가하는 일이 잦고, 성폭행하거나 목숨을 위협하는 일도 속출했다고 전했다. 남극 대륙에 외딴섬처럼 고립된 공동체에서 남성 중심적인 여성혐오 문화가 득세했지만 치안유지 체계가 사실상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됐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자금을 대고 감독하는 맥머도 기지 인구는 남반구 겨울에 200∼300명이고 여름철에는 1천여 명으로 늘어나는데, 70%는 남성이다.
현지에 경찰이나 유치장은 없고 무장한 연방 법 집행관 한 명이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여건에서 여성들이 성폭력에 쉽게 노출되고 피해를 호소하더라도 묵살당하거나 불이익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정비공으로 근무하는 한 피해 여성은 한때 교제한 남성의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작업복이나 스포츠 브라 속에 항상 망치를 지니고 생활했다고 밝혔다. 그는 "살아남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어디서라도 그가 근처에 다가오면 휘두르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NSF의 보고서에 따르면 맥머도 기지에 있던 여성 59%가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