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가 변호사로부터 금품받은 혐의…법원, 내부 촬영 제한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뇌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26일 전주지방법원을 압수수색하자 법원 구성원들은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공수처 출범 이후 초유의 판사실 압수수색을 접한 민원인들은 의혹 진위에 관한 궁금증과 함께 사법 신뢰도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전주지법은 공수처가 A부장판사를 상대로 강제수사에 나섰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이날 오후 청사 내부 전체에 대한 언론의 촬영을 불허했다.

법원은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A부장판사의 집무실은 물론이고 업무동과 법정동, 심지어 로비까지도 취재를 제한했다.

통상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관심도가 높은 일부 재판에 한해서는 법정 복도까지도 촬영을 허가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금요일은 형사사건 재판이 다른 날보다 적은 편이어서 이날 청사 내부를 오가는 민원인은 많지 않았지만, 보안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법원 관계자는 취재를 제한한 이유를 묻자 "청사 관리에 대한 사항은 법원장의 권한"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청사 외부에서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보도 목적이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 촬영보다 민원 업무를 위한 질서 유지의 필요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라고 부연했다.

공수처 수사2부(김수환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전주지법 A부장판사의 주거지와 집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A부장판사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B변호사의 사무실 등도 함께 압수수색 중이다.

A부장판사는 지역 로펌의 B변호사로부터 현금 300만원과 아들 돌 반지, 배우자 향수 등 37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를 받는다.

또 B변호사 등이 주주로 있는 회사가 소유한 건물을 (부장판사 아내가) 무상으로 음악 교습소 용도로 쓴 의혹도 있다.

A부장판사는 지난 4월 의혹이 불거진 이후 "내 아내가 B변호사의 아들에게 교습해주고 그 레슨비를 받은 것"이라며 "재판 등 직무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었다.

이날 전주지법에서 만난 한 민원인은 "법원에 오면서 뉴스를 봤는데 만약 판사가 그런 의혹에 연루돼 있다면 더 큰 문제"라면서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을 하는 게 판사인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전주지법은 이번 A부장판사 집무실 압수수색과 관련해 "별도로 밝힐 입장은 없다"라고 전해왔다.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