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개를 키웁니다. 반려견과 함께한 지 오 년입니다. 내가 좋아서가 아닙니다. 다른 식구들의 선택입니다. 물정 모르는 한 친구는 내가 개를 좋아하는 줄 압니다. 싫어하는 쪽인데 말입니다. 동물병원 의사이기도 한 그 친구가 병원 문을 새롭게 연답니다. 곧 있을 개원식 연사로 나를 초대했습니다.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불참을 결정했습니다. 남은 것은 예의 있게 거절하는 답글을 보내는 일입니다.
이 허구 속의 나에게 한 글쓰기 책은 가르칩니다. 내 감정을 모두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요. 하지 못함을 알리되 개가 싫다고 욕하진 말라고요. 그이가 초대 글을 정중하게 보낸 사실을 기억하면서요. 개에 대한 나의 평소 생각을 분명히 알려야겠다고 마음먹는다면 그건 나중에 별도의 시간을 마련하는 게 낫습니다. 거절하는 글이 너절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사실은 개가 싫어 불참을 결정한 거라는 뜻을 전하려면 상대가 오해하지 않게, 기분 나쁘지 않게 딱 그만큼만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개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초청을 거부할 이유가 충분히 됩니다. 다만, 부탁받은 것은 연설이지 개에 대한 나의 의견 (표명)이 아님을 명심합니다.
"자기의 견해를 지나치게 떠벌리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제 견해를 몹시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이것은 사실과 다를 수 있고 또 그 견해가 어떻든지 글의 내용과 서로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 여기저기에 분별없이 자기 의견을 집어넣으면 글이 자기중심적으로 되어 버린다. 마찬가지로 알맞지 않은 때에 자기의 견해를 떠벌리면 품위가 없어진다." 윌리엄 스트렁크 2세와 E. B. 화이트가 쓴 『The Elements of Style』(한국 브리태니커 회사 편집진의 1983년 국문 번역판 『영어로 글 잘 짓는 법』)의 마지막 제5장 릫문체에 이르는 길릮에 나오는 내용 일부(108-109쪽)입니다. 이 책에 대해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글 쓰기에 대한 책에는 대개 헛소리가 가득하다. 예외가 되는 주목할 만한 책을 한 권 고른다면 문체 요강(같은 『The Elements of Style』의 다른 번역)"이라며 "작가 지망생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는 덧붙입니다. 작가 지망생만 읽어야 한단 법은 없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