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병 아닌 참호 구축·철도망 수리 등 공병 관측도
"돌격 부대 역할도 가능"…언어 등 현실적 어려움 지적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프랑스 군 소식통들은 실질적인 전투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본다고 일간 르피가로가 25일(현지시간) 전했다.
프랑스의 한 고위 장교는 현재 발표된 북한군 파병 규모를 볼 때 우크라이나 전세를 바꿀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프랑스의 고위 장교는 "러시아는 총 26개 사단과 65개 여단을 보유하고 있다"며 "여기에 수천 명의 추가 병력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약 100만명의 병력을 1천㎞에 달하는 전선에 배치한 것을 고려하면 북한군이 국지적으로 전술적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전반적인 힘의 균형이나 전황을 바꾸긴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군사 소식통도 "군사적으로는 수천명의 북한군을 참호 구축, 철로 보수등 공병으로 활용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며 "또는 탄약고를 지키거나 국경의 비활동 지역에 배치해 러시아군의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18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을 결정했으며 1천500여명이 러시아 극동에서 훈련하고 있다. 이어 국정원은 지난 23일 1천500여명이 추가로 러시아에 도착했고 전체 파병 규모는 연말까지 1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북한군이 전선에서 러시아의 '총알받이'나 '돌격 부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비역 장교 스테판 오드랑은 "러시아군은 상대적으로 기동성이 떨어지는 포병 지원을 받는 보병 공격이 기반"이라며 "이는 북한군도 마찬가지로, 북한군이 잘 훈련되지는 않았지만 통제에 잘 따르고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된 집단이란 점에서 러시아의 필요에 부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전장 배치에 회의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군사 소식통은 "북한군을 전선에 배치하는 건 훨씬 복잡한 문제"라며 러시아 지휘 체계와 통합, 언어 등을 이유로 들었다.
올리비에 캉프 장군 역시 "군사적 관점에서 외국군 추가는 거의 제약"이라며 "러시아가 어렵긴 하지만 경험도 없고 절차에 익숙하지도 않고 언어도 안 되는 수천 명의 병사를 찾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군 파병은 군사적 측면보다 정치적인 이익을 고려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캉프 장군은 "지난 6월 맺은 북러 조약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역설적으로 러시아에 정치적 득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러 조약은 양측을 동맹 수준으로 묶는 상호 군사지원 조항이 핵심이다.
프랑스 군사 전문가들은 한국의 강경한 반응이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국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실전 경험을 쌓는 걸 경계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가 북한군을 전투에 투입하는 데 더 신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관련,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유지했는데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그런 부분에서도 더 유연하게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오드랑 예비역 장교는 "한국의 이런 발표로 러시아가 불편해질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한국이 중요한 군수 산업 강국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우크라이나 개입 확대는 러시아에 북한 도움을 제한하려는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미 확전이 너무 많이 진행돼 우크라이나에서 남북한 간 대치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도 관측했다.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