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참패, 이시바 사퇴 위기
연정 통해 과반 확보해도 식물 총리

일본 집권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참패했다. 자민당 단독 과반 의석(233석)은커녕 공명당과의 연립여당으로도 과반 문턱에 한참 못 미치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국정 동력을 얻기 위해 조기 총선을 강행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승부수가 여론의 심판에 가로막히면서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존립을 우려해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27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총 의석수 465석) 선거에서 현 집권당인 자민당은 19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확보한 24석을 합쳐도 총 215석으로 중의원 최소 과반인 233석에 18석 부족하다.
자민당의 의석수는 입헌민주당에 정권을 빼앗겼던 2009년 총선 이래 최저 수준이다. 선거 전과 비교하면 의석수를 비교하면 64석이나 잃었다. 
반면 '정치 개혁', '정권 교체'를 외치며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을 집중 공격해온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종전 98석에서 148석으로 약진했다. 제1야당이 전체 의석의 30%(140석) 이상을 차지한 것은 1996년(신진당 156석)과 2003년(입헌민주당 177석) 두 차례에 불과했는데 이번에 일본 정치 역사를 다시 쓰게 됐다. 특히 2003년 중의원 총선에서 약진한 입헌민주당이 2009년 정권을 교체한 전례로 비춰볼 때 이번 선거는 장기간 지속된 자민당의 독주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짚었다.
사실상 낙제점에 가까운 선거 결과를 받아든 이시바 총리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각에선 이번 선거 참패로 이달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가 최단기 총리(종전기록 1945년 54일)로 사퇴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이시바 총리는 끝까지 책임을 지고 자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당 안팎에서 한계를 드러낸 리더십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여당이 과반에 못 미치면 다른 여당과 협력해 정권을 교체하겠다"며 "당장이라도 다른 당과 성의 있는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황이다. 다만 현재 일본 야당들이 정권을 교체하기는 쉽지 않다. 산술적으로는 야당이 모두 결집해 과반 의석 확보가 가능하지만 앞서 여러 지역구에서 후보 단일화에도 실패한 만큼 단일 총리 후보 추대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