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트럼프' 부켈레 대통령 제안…트럼프 "법적 권한 검토 중"

美 국적자 해외유배 합법성 논란…엘살바도르, 수감자 인권침해로 악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범죄를 저지른 미국인을 엘살바도르 교도소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할 수 있다면 당장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에게 그렇게 할 법적 권한이 있다면 나는 당장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할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그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날 마크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첫 해외 순방으로 엘살바도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이다.

당시 양측은 "우정"의 표시로 미국이 추방하는 불법 이민자를 엘살바도르 교도소에 수감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부켈레 대통령이 미국 국적의 범죄자도 엘살바도르에 수용하는 것을 제안하면서 미국에선 사실상 내국인을 해외로 유배하는 구상을 놓고 위법성 논란이 불거졌다.

엘살바도르 교도소는 중남미 국가에서도 재소자 인권 침해 논란으로 악명 높은 곳이다.

2019년부터 연임 중인 부켈레 대통령은 갱단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2022년 3월부터 국가 비상사태를 유지하면서 무관용 원칙으로 범죄자를 잡아들이고 있다.

특히 초대형 갱단 교도소인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에서는 재소자들을 속옷 차림으로 빼곡하게 몰아넣는 장면이 수시로 공개되면서 부켈레식 통치의 상징이 되고 있다.

인권단체 '크리스토살 센트로아메리카'에 따르면 2022년 3월부터 2년 동안 엘살바도르 교정시설에서 의문사 등으로 집계된 사망자는 미성년 4명을 포함해 265명에 달한다.

이처럼 재소자 구금 중 사망, 고문이나 무고한 일반인 체포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엘살바도르의 살인사건 발생은 2015년 10만명당 105.2건에서 2023년 2.4건으로 크게 떨어졌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을 확정 짓자 가장 먼저 축하를 보낸 정상이기도 하다.

그는 당시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의 사진과 함께 "미국의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를 전한다"고 적었다.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newgla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