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병원에서 아기 때 뒤바뀐 두 여성이 35년 만에 처음 생물학적 가족과 만났다고 영국 BBC 방송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리스 그륀발트와 예시카 바움가르트너는 1990년 10월 말 오스트리아 남동부 도시 그라츠에 있는 LKH 대학 병원에서 태어났다. 둘 다 미숙아로 태어난 이들은 뒤바뀐 채 다른 부모에게서 자랐다.

2012년 도리스 그륀발트는 헌혈하는 과정에서 부모인 요제프·에벨린 그륀발트의 혈액형과 맞지 않아 그들의 생물학적 자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2016년 오스트리아 공영방송 ORF가 그륀발트 가족의 사연을 방영했지만, 여러 해가 지나도록 어느 집과 아기가 뒤바뀐 것인지 파악되지 않았다.

예시카 바움가르트너는 헤르베르트·모니카 데를러의 딸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성장했다.

예시카는 몇 주 전에야 임신으로 혈액 검사를 했다가 본인 혈액형이 부모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때 의사가 병원에서 아기가 뒤바뀐 사례가 있다고 알려줬다.

결국 예시카와 도리스는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해 만나게 됐다. DNA 검사를 통해 둘이 아기 때 뒤바뀌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예시카는 ORF에 "우리는 바로 친해졌다"며 "느낌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양쪽 가족이 한데 모인 모습이 ORF에 방영됐다.

예시카를 키운 엄마 모니카 데를러는 처음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감정적인 혼란이 있었지만, 예시카는 언제까지나 우리 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모니카는 "도리스를 만났을 땐 참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도리스를 키운 엄마 에벨린 그륀발트는 "우리 가족이 더 커졌고, 이제 상황이 마침내 확실해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아빠 요제프 그륀발트도 "이제 안심"이라고 했다.

병원 측은 "이런 실수가 일어났다니 대단히 유감"이라며 두 가족에게 사과했다.

그륀발트 부부는 2016년 변호사에게 이들이 키운 도리스의 상속권 보장을 위해 도리스를 입양하는 절차를 거치라고 조언받았다고 한다. 또한 병원에서 금전적 보상도 받았다.

데를러 부부도 이제 예시카를 입양하고 병원에서 보상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예시카는 상황이 확실해진 점은 좋지만 혼란스러운 감정은 남아 있다면서 "아름다운 면도 있지만 많은 부분은 고통"이라고 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