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출석 시 동행명령장 발부·고발 검토…'예산 카드' 압박 가능성도
김현지 출석 요구엔 "정쟁 용납 못 해"…사실상 불출석 가닥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민주당이 3대 개혁의 하나로 설정한 사법 개혁의 핵심에 이른바 '대선개입 의혹'을 받는 조 대법원장이 있다고 보고 대법원 국감에서 집중 추궁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민주당은 조 대법원의 국감 출석을 요구하며 불출석할 경우 동행명령장 발부까지 배제하지 않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여 여야 간 충돌은 물론 여당과 사법부 간의 마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단 민주당은 오는 13일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 조 대법원장을 증언대에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통상 대법원장은 국감 출석 이후 법사위원장 동의로 이석하는 게 관례이지만 이번에는 이석을 허용하지 않고 조 대법원장의 답변을 직접 듣겠다는 취지다.
국회 법사위 소속인 민주당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은 사상 초유의 사법부 대선 개입으로 삼권분립을 훼손한 (의혹) 당사자"라며 "조 대법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대선 개입 이틀의 흔적을 소상히 밝히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개입 이틀'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첫 전원합의체 합의 기일부터 재판부 표결이 이뤄진 다음 기일까지의 이틀간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전 최고위원은 당 3대 특검 종합대응특위의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조 대법원장은 이번 국감에서 반드시 증인으로 선서하고 증언하셔야 한다"며 "이석을 위한 양해를 구한다고 해도 이번에 양해는 없다"고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국감에 불출석할 경우 동행명령장 발부와 관련 고발 조치까지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법사위 소속 박지원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 가능성에 대해 "배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본인을 위해서도 증인으로 반드시 나와 당당하게 답변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어지는 15일 대법원 현장 국감에서도 조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을 집중적으로 검증하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이날도 국감에 불참할 경우 여당 법사위원들이 직접 대법원장 집무실을 찾아가 언론에 공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 및 법관 평가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안도 금명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내년도 대법원 예산에 대한 송곳 심사까지 예고하며 사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는 모습이다.
법사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조 대법원장이 국감에 출석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강구해야 한다"며 "이대로라면 내년 대법원 예산안이 제대로 편성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당 지도부 논의 과정에서 법사위가 일부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없진 않다. 사법부에 대한 과도한 압박이 여론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대응 방향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13일과 15일 두 차례 국감이 예정됐으니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대통령실 김현지 부속실장의 국감 출석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국회에서 결정하면 무조건 따른다는 입장이지만 국회 운영위원장을 보유한 민주당이 김 부속실장의 출석 요구를 '정쟁용'이라고 일축하면서 사실상 출석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부속실장의 출석 문제와 관련해 "증인을 정쟁 수단으로 삼는 건 용납하지 않겠다"며 "15일 운영위에서 철저하게 원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김정진 박재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