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한국내 지점 80% 폐쇄…'BoA' 25개 무인 지점, '캐피털 원'커피숍 형태로 탈바꿈 

[뉴스분석]

스마트폰 세대 고객 비싼 임대료 지점 무용지물
10마일 이내에 지점 하나도 없는'금융 사막'도 

 
 미국 대형은행 중 하나로 한국에 진출해 있는 씨티은행이 한국내 지점 80%를 폐쇄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한국에서는'지점 없는 은행'시대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은행 고객들이 지점을 찾는 대신 인터넷·모바일 등 디지털 경로를 통해 은행 업무를 보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데다, 저금리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은행이 비용 감축을 위해 점포와 인력 축소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영업점 133개 중 101개 지점을 폐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남은 32개 점포 가운데서도 기존 영업점 형태 지점은 26곳 뿐이다.

 씨티그룹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지점 축소 전략을 펴고 있다. 2009년 씨티는 미국 전역에 1049개 지점을 뒀지만, 지난해 6월 기준 지점 수를 756개로 확 줄였다.

 최근 미국 2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상주 직원이 전혀 근무하지 않는 완벽한 '무인 지점'을 개설<본지 4월2일자 보도>했고, 향후 전국에 25곳의 무인지점을 구축한다고 밝혀 주목이 됐었다.

 이처럼 은행들이 지점을 없애거나 지점 인력을 줄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고객들이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신속히 이동함에 따라 은행 지점들의 필요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결국 비싼 임대료를 치러가며 지점 문을 열어봐야 하루에 손님 몇 명 오지 않는 썰렁한 곳이 갈수록 많아지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내 은행 영업점 수는 최근 크게 줄어들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 보고서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6년 사이에 미국 내 은행들이 운영하던 9만5018개 지점 가운데 6008개 지점이 문을 닫았다. 

 미국에서는 폐쇄뿐만 아니라 '지점 변신'도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자산기준 미국 14위 은행인 '캐피털 원'은 18개 지점을 커피숍 형태로 리모델링했다. 커피숍에 청바지와 블레이저를 차려입은 '대사'(앰배서더)를 배치해 이들이 고급 커피를 서빙하면서 고객들을 응대한다. 

 또 앞으로 은행 지점에서 로봇이 아닌 '인간 직원'과 대면할 수 있는 사람은 자산이 일정수준 이상인 부자 고객에 한정될 가능성도 크다.

 BoA가 개설한 '무인 지점'에서는 단순 업무차 방문하는 고객은 진화한 ATM '로봇'이 상대하고, 대출이나 재무상담 등 복잡한 업무를 보길 원하는 사람은 지점 별실에 마련된 화상테이블에서 은행 직원과 연결돼 상담받을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볼티모어, 라스베가스, 디트로이트 등 사업성이 떨어지는 도시와 농촌 지역에서 은행 지점이 크게 감소하는 경향에 "사방 10마일 거리 내에 은행 지점이 하나도 없는 '금융 사막'이 생겨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