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이혼할 수 있지만 우린 갈라설 수 없잖아요"

'빙판 위 체스'컬링, 부부·형제·남매 등 가족이 선수로 출전
한국, 15명중 7명이 가족관계…英·日도 팀원 절반이 한식구


"부부는 이혼할 수 있지만 우린 갈라설 수 없잖아요."

평창올림픽 개막을 알리기도 전에 시작된 컬링(믹스더블). 의외로 세계인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종목 중 하나다. 특히 형제·자매·부부 등 가족이 함께 출전하는 나라가 많기 때문에 더더욱 주목을 끈다. 컬링은 개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개별적으로 모아 팀을 꾸리는 다른 단체 종목과는 선수 선발 방식이 다르다.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리는 컬링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한 팀이 그대로 대표팀이 된다. 팀원끼리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고민하는 종목 특성상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팀원 전원이 함께 출전해야 최상의 팀워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컬링 대표팀 15명(지도자 3명 포함) 가운데 7명이 가족 관계로 엮여 있다. 여자 대표팀의 김영미(27)와 김경애(24)는 자매 사이다. 믹스더블 장반석(36) 감독과 여자팀 김민정(37) 감독은 부부, 김 감독의 동생 김민찬(31)은 남자 대표다. 믹스더블 이기정의 일란성 쌍둥이 형인 이기복은 남자 대표팀 선수로 출전한다. 그야말로 '코리아 패밀리'가 빙판장을 접수한 듯하다.

외국에서도 컬링은 '패밀리 스포츠'로 통한다. 평창을 찾은 영국 컬링 남녀 대표팀은 선수 10명 중 5명이 가족 관계다. 특히 영국에서 컬링 명가로 유명한 '뮤어헤드 집안' 출신 선수들이 눈에 띈다. 여자 컬링팀의 스킵(주장)인 이브 뮤어헤드(28), 남자 컬링의 글렌(29)·토머스(23) 뮤어헤드 3남매가 나란히 출전한다.

이들의 아버지 고든 뮤어헤드도 1999년 컬링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 출신이다. 뮤어헤드 가문 막내 토머스는 "어릴 적 누나와 형이 하는 걸 보고 따라 했는데, 어느 순간 둘을 이기고 싶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하다 보니 선수까지 됐다"고 말했다.

일본도 가족의 힘으로 메달에 도전한다. 남녀 대표팀 12명(감독 2, 선수 10) 중 6명이 가족 관계로 얽혔다. 남자팀 모로즈미 유스케(33)와 모로즈미 고스케(30)는 형제이고, 여자팀 요시다 지나미(27)와 요시다 유리카(25)가 자매다. 일본 남자팀을 이끄는 감독 나가오카 하토미(65)는 소속 선수 야마구치 쓰요시(34)의 장모다.

☞컬링 경기
평창올림픽 남녀 컬링엔 각각 10개국이, 믹스더블엔 8개국이 출전한다. 참가팀이 한 번씩 모두 맞붙는 풀리그전 방식으로 예선을 치르고, 상위 4팀이 준결승부터 토너먼트전을 벌인다.

(왼쪽)러시아 부부. 아나스타샤 브리즈갈로바(왼쪽)·알렉산드르 크루셸닉스키 부부.
(오른쪽)미국 남매. 미국 컬링 믹스더블(혼성 2인조) 대표팀 맷 해밀턴(왼쪽부터)·베카 해밀턴 남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