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제에 3.1절 기념사 절반 할애…"국민이 진실의 소리로 직접 나서야"
"혁신과제, 기득권 문턱 못넘어…국민 힘이 바꿔놓을 것" 대국민 직접 호소
국민 21회, 북한 19회, 핵 15회 언급…예년과 달리 일본 3회, 위안부 2회 그쳐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강병철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지금 대내외적인 어려움과 테러위험에 국민 생명과 안전이 노출된 상황에서 국회가 거의 마비되어 있다"며 "이것은 직무유기이자 국민생명과 안전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국회를 강력히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3.1절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밝힌 뒤 "우리가 또다시 나라 잃은 서러움과 약소국의 고난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면 퇴보가 아닌 발전을 위해, 분열이 아닌 통합을 위해 이제 국민께서 직접 나서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선 절반가량을 국내 정치 문제에 할애해 노동개혁법안 및 테러방지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국회를 강력히 성토하면서 4대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2013∼2015년 3.1절 기념사에서 주로 한일관계와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춰 대외적 메시지를 발신해 왔던 점과 비교하면 올해 기념사에서 국내 정치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박 대통령 기념사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져 국회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효과를 낳았다.

박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때 김무성 대표 등 앞줄에 착석한 여야 대표들과 웃으며 일일이 악수했지만, 박 대통령의 연설 도중 굳은 표정으로 발언 내용을 청취하는 여야 대표의 얼굴이 간간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 힘을 "진실의 소리"에 비유하면서 '국회의 직무유기'에 맞선 국민의 직접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과 서비스산업 육성을 비롯해 경제 체질을 개혁하고 수십만 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혁신과제들이 아직 기득권과 정치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 뒤 "이럴 때일수록 국민 여러분의 진실의 소리가 필요하다.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항상 국민으로부터 나왔다"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호소에는 노동개혁 법안 등 각종 개혁입법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대국민 직접 호소를 통해 19대 국회 마지막까지 국회를 압박해 나가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박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참여했던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서명운동'을 두 차례 언급하면서 "민생살리기 서명에 곱은 손을 불며 서명해주신 국민의 힘이 대한민국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개혁"으로 묘사하면서 "어떤 정치적 고난이 있어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4대 구조개혁을 반드시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는 의지도 재차 천명했다.

박 대통령이 19분 동안 기념사를 할 때 박수는 모두 38차례 나왔고, 일부 참석자들은 박 대통령이 국회를 비판하고 법안 처리를 호소할 때 가장 많은 박수가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올해 기념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국민(21회), 북한(19회), 핵(15회), 경제(13회), 평화(12회), 개혁(10회) 순이었고, 평화통일과 대화는 각각 5차례, 2차례 언급됐다.

또한, 지난해 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가 이뤄지면서 올해 기념사에선 한일관계와 관련한 서술이 대폭 줄어들었고, 실제로 박 대통령이 '일본'과 '위안부'를 언급한 횟수는 각각 3차례, 2차례에 그쳤다.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