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참모들과 티타임 제안 물리치고 변호인 만나 탄핵·특검 대비
금주 중 '거물급' 포함해 대리인단 10여 명 선으로 확충 전망
참모들로부터 AI 등 국정현안도 청취…"주말도 일하게 해 미안하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강건택 강병철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승리 4주년인 19일 공식은 물론 비공식적으로도 아무 일정을 잡지 않고 조용히 관저에서 하루를 보냈다.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지난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 상태인 박 대통령 관저로 찾아가 차를 함께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박 대통령은 최대한 몸을 낮춘다는 의미에서 이를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대신 박 대통령은 금주 중 본격화하는 특별검사 수사,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절차, 최순실 씨 1심 재판 등의 '3각 파도'를 맞아 법리 검토에 전념하고 있다고 복수의 참모들이 전했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이날도 변호인들을 만나 탄핵심판 대응 전략을 짜고 특검 수사에 대비했다.

박 대통령은 금주 중 거물급 변호사들을 영입해 탄핵심판 대리인단을 현재 4명에서 10여 명 선으로 확충, 헌재 심리에 사활을 걸 방침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과 대리인단은 헌재가 여론과 정치권의 압박에 밀려 결정을 서두를 가능성을 우려해 신중하고 꼼꼼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회가 박 대통령 측 답변서를 공개해 비판 여론을 일으키는 데 대해 헌재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우려와 불만도 일부 감지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은 제기된 의혹과 비판에 대해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성난 민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국회 측 움직임에 대한 공개 비판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청와대는 금주 초 정식 수사를 개시하는 특검팀이 조만간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이날부터 시작되는 최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1심 형사재판을 예의주시하면서 향후 대책을 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 씨 등의 공범으로 적시한 수사기록을 특검에 넘겼다는 점에서 이들의 공판에서 나오는 법리 공방이 박 대통령의 운명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TV 뉴스 등을 통해 최 씨의 1심 재판 과정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이 최 씨 의혹 및 탄핵심판 등에 대한 언론 보도는 챙겨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측은 전날 공개된 답변서에서 최 씨 역할을 'kitchen cabinet'(키친 캐비닛·미국 대통령의 사설 고문단 또는 브레인)으로 규정하면서 "대통령 국정수행 총량 대비 최순실 등의 관여비율을 계량화하면 1% 미만이 된다"고 밝혔다.

또한,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프레임에는 '연좌제'라고 반박하면서 "대통령은 최순실의 사익추구와 이권개입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탄핵으로 관거 칩거 상황에서도 비교적 담담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참모들의 전언이다. 한 참모는 "워낙 티를 내지 않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겉으로는 담담하신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법률 대응 준비를 하면서도 비공식적으로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조류 인플루엔자(AI)를 비롯한 국정 현안에 대한 설명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차 촛불집회가 있었던 지난 주말에는 참모들에게 "주말마다 나와서 일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으며 "경제가 걱정"이라는 우려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 상황 설명은 전화나 대면으로 수시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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