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억여원 가로챈 후 13년동안 미국서 도피 60대 사업가
  공문서 위조 혐의 美 경찰에 체포…지난 1일 한국 압송
 "아파도 병원 한번 제대로 못가…돌아올 조국 있어 감사"

 

 거래처 수십 곳을 상대로 29억여원을 가로챈 뒤 미국으로 도주해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13년 동안 숨어 지낸 60대가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A(65)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에서 골재운송업체를 운영한 A씨는 지난 2004년 1월 '건축골재 매입 대금을 빌려주면 약속어음 지급기일에 맞춰 돈을 갚겠다'고 속여 거래업체 사장 23명으로부터 29억2800만원을 받았다.

 피해자들은 평소 A씨가 거래대금을 잘 갚아온 만큼 의심하지 않고 돈을 빌려주고 약속어음을 받았다. 하지만 A씨가 제공한 약속어음은 이미 부도처리 됐거나 컬러복사기로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범행 이후 같은 달 29일 관광비자를 이용해 미국으로 도피했다.

 도피한 A씨는 경찰에 수배되는 바람에 비자를 갱신하지 못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생활했다. 새로운 신분증이 필요했던 A씨는 미국 현지 위조신분증 전문 브로커에게 4000달러를 주고 가짜 비자로 도피 생활을 이어갔지만, 브로커에게 매월 비자유지 비용 명분으로 주어야 할 400달러를 제때 상납하지 못하자 온갖 협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결국 A씨는 미국에서 공문서위조 혐의로 체포돼 징역 3년(보호관찰 2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경찰은 A씨가 복역 중인 사실을 확인, 범죄인 인도 요청을 통해 미국에서 강제추방된 A씨를 지난 1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체포했다.

 A씨는 경찰에 체포된 이후 "미국으로 도피한 기간은 지옥과 같았고 아파도 병원 진료 한번 받지 못했다"며 "돌아올 조국이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선처를 바라며 새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하면 귀국 때까지 공소시효가 정지되고, 현지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하거나 새로운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