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양국 신뢰관계 없어 구체적 계획 마련은 못했을듯"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미국과 중국의 군 장성들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미국 워싱턴에서 비공개 군사회의를 열고 북핵문제를 둘러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 미국 합동참모본부의 리처드 클라크 중장과 사오위안밍(邵元明)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부참모장이 주재한 이틀간의 비공개 군사회의가 끝났다고 보도했다.

이번 군사회의는 북한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도발을 감행한 지 몇 시간 후부터 열린 것이다.

이와 관련,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회의는 위기 관리와 상호 신뢰 증진을 위해 개최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더 이상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의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군부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진단하면서도 양국 신뢰관계가 깊지 않아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하지 못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즈위안(知遠)전략방무연구소의 저우천밍(周晨鳴) 연구원은 "이번 회의는 미국과 중국 장성들이 한반도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우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은 북핵 위기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그러나 양국은 깊은 신뢰관계가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은 논의하지 못했을 것"으로 진단했다.

쑤하오(蘇浩) 중국외교학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과 핵실험을 잇따라 실시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대결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쑤 교수는 "양국 모두 미국의 군사공격과 이에 대한 중국의 대처 방안에 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제 군사교류를 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미군이 대북 군사공격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하고 미국과 중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증진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자 원장은 "지역 안보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조건에서 중국과 미국의 군사적 협력이 절실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조지프 던포드 미군 합참의장이 지난 8월 방중했을 당시 중국 군부는 이례적으로 북·중 접경지역인 선양(瀋陽) 일대에서 이뤄진 중국군의 군사훈련 장면을 참관토록 해 지켜보는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호주국립대학에서 중국 외교 및 안보 정책을 연구하는 아담 니 교수는 이번 군사회의는 한반도에 비상 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양국이 서로 소통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책을 세우지는 못했겠지만 앞으로 군사회의를 추가로 개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yskwon@yna.co.kr